[기고] 은행, 국내 경쟁 넘어 글로벌 경쟁력 갖게 해야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민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과점화된 은행권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신속하게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4개월 동안 논의를 거쳐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TF에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개선 방안은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손실흡수 능력 제고 △비이자 이익 비중 확대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개선 및 주주 환원 정책 점검 △사회공헌 활성화 등 6개의 세부 과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은행권 경쟁 촉진이 가장 비중 있게 다뤄졌다.

가장 큰 변화는 금융당국이 은행산업을 경합시장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경합시장이란 초과이윤이 존재하면 언제든지 새로운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신규 진입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회사라면 언제든지 인허가 심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대구은행이 이르면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경합시장에서는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견제하려는 은행들이 금리 및 서비스 혁신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공시 제도를 적극 활용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공시가 강화돼 임직원 보수 지급액, 은행 경영 현황 및 사회공헌활동 등을 공개하면 은행의 평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쟁 심화는 자칫 은행이 더 큰 위험을 추구하려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이자 수익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 구조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면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할 유인이 높아진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자산관리 서비스나 벤처 투자 활성화, 해외 진출 지원 등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정책 방안도 내놨다. 은행과 비은행 금융회사 간 협업, 금융과 비금융 간 융합 등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개선도 뒤따를 전망이다.

제도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편익과 안정 간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이번 개선 방안에도 금융당국의 고민이 묻어난다. 스몰 라이선스(특화전문은행) 도입은 추후 검토하기로 했고 증권사, 카드사 등의 숙원이었던 지급결제업무 허용도 결국 제외됐다. 대내외 금융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전성 규제는 오히려 강화됐다. 경기 완충자본 및 충당금 제도를 정비해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을 높이도록 했다.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우선 4개월은 모든 세부과제를 심층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짧았다. 경합시장화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과연 대구은행에 이어 제2, 제3의 플레이어가 등장할지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앞으로 적어도 두 가지 후속 과제가 추진되길 희망한다. 첫째, 은행들의 국내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둘째,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에 대한 제도 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