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랫폼 독과점 특별법, 서두를 필요 없다
요즘 경쟁법 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는 플랫폼이다. 특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규율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플랫폼업계는 입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왜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걸까. 특별법을 만든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보자. EU는 플랫폼에 대해 그 어느 나라보다 경쟁법을 적극적으로 집행해 왔다. 지난 몇 년간 구글에 대해서만 경쟁법 위반으로 1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럼에도 EU는 경쟁법과 같은 사후규제 방식으로는 거대 플랫폼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어 사전규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만든 것이 디지털시장법(DMA)이다. 경쟁당국의 경쟁제한성 입증 없이 플랫폼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거나 이행 의무를 부과하는 게 법의 핵심이다. 경쟁당국이 행위의 효과를 분석해 경쟁제한성을 입증해야 하는 기존 경쟁법의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매우 강력한 규제다.

대한민국도 EU처럼 가야 할까. 토종 플랫폼이 없는 EU는 미국의 빅테크를 견제할 목적으로 사전규제법을 마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EU와 달리 유력한 국내 플랫폼이 존재한다. 유효경쟁이 작동하는 분야도 많이 있어 강력한 특별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는 볼 수 없다. 시장지배력이 있는 플랫폼의 경쟁제한 행위에는 현행 공정거래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응하면 된다. 올초 새로 제정한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양면시장, 네트워크 효과 등 플랫폼의 여러 특성상 시장 획정이나 경쟁제한성 입증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사전규제의 유혹에 빠져선 안 된다. 사전규제는 폐해의 실제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한 유형의 행위를 획일적이고 경직적으로 금지한다. 행위가 시장경쟁에 미치는 개별적 효과를 따지지 않으므로 효율성 등 편익이 더 큰 행위까지 막을 우려가 있다. 적법한 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위험이 커지고, 창의와 혁신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우리 플랫폼 시장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글이 1위를 하지 못한 국내 검색시장에서 네이버(55%)와 구글(35%)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무엇보다 게임체인저가 될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플랫폼 시장은 대격변기에 놓여 있다. 챗GPT 같은 초거대 AI를 아직 출시하지 못한 한국 기업들은 미래 시장을 통째로 내줄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거대 플랫폼이 모두 자국 기업인 미국에서는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법안이 폐기됐다. 각국의 정책 입안과 법 집행에 있어서 국가 이익이라는 요소가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플랫폼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개별 기업 차원의 경쟁을 넘어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 독과점 특별법 제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올해 5월부터 시행된 EU의 디지털시장법 작동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