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SRT 승무수당도 통상임금"…2심서 판결 뒤집혀
수서고속철도(SRT) 승무원의 실적 주행거리에 따라 지급되는 승무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심 판결을 뒤집고 승무원들이 승소하면서 승무수당이 통상임금인지를 두고 대법원에서 더욱 치열한 법리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윤강열 부장판사)는 SR 근로자 26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SR은 A씨 등에게 19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SRT 운영사인 SR은 사내 보수규정에 따라 실적 주행거리마다 수당을 정해 매달 승무원에게 지급했다. 고속열차 기장(3급)의 경우 1km마다 120원을 매기는 식이다. 하지만 SR은 2017년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근거로 승무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채 법정수당(연장수당·휴일수당 등)을 지급해왔다.

승무원들은 이 같은 방식에 반발해 2020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승무원 측은 “승무수당은 ‘소정근로’의 대가”라며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됐으므로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승무수당이 통상임금으로 분류됐다면 더 받았을 금액을 달라고 요구했다. 소정근로는 법정 근로시간 안에서 노사가 합의한 만큼 일한 것을 말한다.

회사 측은 승무수당이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맞섰다. 실제 주행을 했다는 추가적인 조건이 성립돼야 지급여부와 지급액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회사는 “승무원들은 승무 대기나 안전교육 수강, 승무 준비 등 승무 외적인 업무도 수행하지만 이 경우 승무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1심은 “승무수당은 소정근로와는 무관하게 지급됐으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없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시간 내에 제공되는 근로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한 것”이라며 “회사는 기장이나 객실장이 소정근로시간을 넘겨 업무를 수행했는지와 상관 없이 오로지 실적 주행거리에 따라 승무수당을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승무원의 소정근로에는 비상대기 등 승무 외 업무도 있는데 이 경우 실적 주행거리가 발생하지 않아 승무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도 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승무원에게 승무업무는 소정근로 그 자체”라며 “자동으로 발생하는 실적 주행거리는 추가적인 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승무 외 업무는 승무업무를 위해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것이므로 두 업무를 동등하게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승무수당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승무 전에 확정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승무원들은 사전에 배포되는 근무표를 보고 자신이 탑승할 열차의 출발지와 종착지를 알 수 있다”며 “노선 거리가 자동으로 계산되므로 보수 규정에 따른 거리별 수당을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SR 측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