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를 쌓아두다가 세금 인상 등으로 가격이 오른 뒤 담배를 판매한 한국필립모리스에 조세 회피 목적이 있다고 판단해 과세당국이 약 10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한 처분이라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는 필립모리스가 이천·금정세무서를 상대로 낸 세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담배에는 개별소비세가 붙지 않았지만 2014년 12월 관련 세법이 개정되면서 달라졌다. 이때부터 담배 한 갑(20개비)에 개별소비세 594원이 붙게 됐다. 이후 지방세법까지 개정되면서 담배 소비세는 갑당 641원에서 1007원으로 인상됐다. 이로 인해 담배 한 갑의 소매가격은 2015년 1월 1일부터 기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필립모리스는 이 과정에서 제조공장에서 유통망으로 제품이 반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담배에 세금을 매기는 과세당국의 방침에 주목해 재고 관리방식에 변화를 줬다. 이 회사는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담배 재고의 전산시스템 관리코드를 반출한 것처럼 변경하거나 담배를 임시창고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담배 재고 1억9100만여 갑을 쌓아놨다. 이를 통해 담배 가격이 오르기 전 기준의 소비세만 냈다. 그 후 담배 가격이 오르자 쌓아둔 담배를 판매했다.

국세청은 필립모리스가 고의로 세금 납부를 피했다고 보고 가산세를 포함해 997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여기에 불복한 필립모리스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행정소송을 걸어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1·2심은 필립모리스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담배가 반출된 것처럼 전산시스템에 입력했어도 실제론 2015년 1월 1일 이후에 반출됐으므로 개정된 개별소비세법을 적용받아야 한다”며 “임시창고도 담배세 인상 차액을 얻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마련된 장소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