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보수당과 리시 수낵 정부가 상속세 폐지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2025년 총선거에 대표 공약으로 내건다는데, 추진 동기에 공감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재정 수입도 중요하지만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게 시급하고, 해외로 자산을 돌릴 수 있는 부자들과 달리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가정은 속절없이 내야 하는 세금이며, 완전 폐지 찬성 여론이 훨씬 높은 세금이라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결실을 후손에 물려줄 때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게 공정성 원칙에 부합한다”는 더타임스 논평도 주목된다.

국제적으로 상속세는 세율 완화 차원을 넘어 폐지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때 세율이 70%에 달한 스웨덴이 2005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상속재산 처분 때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로 바꾼 이래 다수 나라가 없앴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4개국도 그렇다. 세율도 스위스(7%) 이탈리아(4%)처럼 높지 않은 곳이 많아 OECD 평균이 15%에 그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상속세율은 50%로 일본(55%) 다음이다. 그나마도 최대주주 20% 할증제 때문에 한국의 최고세율은 60%로 세계 최악이다. 다주택에 따른 세금과 함께 한국의 상속세를 두고 가혹한 징벌세라고 하는 이유다. 이 바람에 원만한 세대교체를 통한 기업의 지속 발전에 어려움이 생기고, 중소·중견기업인 경우 고용 승계, 기술력 유지에도 지장을 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상속세로 넥슨지주회사 지분 30%를 물납하면서 정부가 이 회사의 2대주주가 된 사연부터 상속세 때문에 해외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긴 우량 중견기업 락앤락에 이르기까지 딱한 사연이 널려 있다.

상속세는 이제 국내에서도 부자세가 아니다. 공제가 5억원 선에 불과해 대도시에 웬만한 집 한 채 있으면 중산층도 대상이다. 주택은 구입 자금부터 세금을 낸 소득인 데다 취득세와 매년 중과 보유세를 낸 자산이니 3중과세다. 상속세 개편 논의를 시작할 때다. 지난달 국회 연설에서 “상속세 폭탄이 백년 기업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 조세 개혁에 빨리 착수하겠다”고 역설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앞장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