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년여성이 주차장 빈자리에 던져놓은 가방 / 사진=보배드림
한 중년여성이 주차장 빈자리에 던져놓은 가방 / 사진=보배드림
가방으로 주차장 빈자리를 맡아놓은 한 중년여성이 등장해 공분을 사고 있다. 주차 선점 논란이 반복고 있는 만큼, 시민들 사이에서는 주차 방해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말이었던 지난 8일 오후 7시께 차를 몰고 백화점을 찾았다는 A씨는 보배드림에 이같은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이날 주차 자리를 찾기 위해 지하 6층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천천히 주차장을 돌아다니면서 마침내 빈자리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 A씨는 눈을 의심하게 됐다. 빈자리에 검은색 백팩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것.

A씨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빈자리 앞으로 가서 후진 주차 준비를 마친 뒤, 차에서 내렸다. 그때 한 중년 여성 B씨는 A씨에게 다가와 "댈 거예요"라고 선언했다. "그런 게 어딨습니까?"라면서 A씨가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자 B씨는 "내가 먼저 왔다니까?", "차 오잖아요", "왜 나한테 화를 내고 XX이야"라면서 되레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결국 쟁탈전에서 물러난 A씨는 "다른 차에 민폐라 그냥 다시 탑승해서 다른 데 주차했다"며 "각종 뉴스와 커뮤니티 등에서 접한 상황을 실제로 접하게 되니 좀 신기하다. 제가 뭘 잘못해서 욕을 먹은 거냐"고 씁쓸한 후기를 전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나 같으면 주차 관리자 불러서 저 자리 주차하고 만다", "이미 이슈가 엄청나게 돼 있는데, 제발 좀 인지하고 자리 맡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스스로 안 창피한가" 등 자리 맡기 행위를 비판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난 4월 1일 부산의 한 농산물 시장에서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자 비킬 수 없다며 그 자리에 누워 버린 여성.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4월 1일 부산의 한 농산물 시장에서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자 비킬 수 없다며 그 자리에 누워 버린 여성.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남편이 주차해야 한다"면서 바닥에 드러누운 부산 여성, 다 함께 합심해 자리를 맡는 가족 등 논란은 꾸준히 빚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주차장 빈자리 맡기를 막을 순 없는 걸까.

공동이 이용하는 공용주차장 주차 자리의 우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차장 자리 맡기에 대한 처벌이나 과태료 등 벌칙 규정도 없다. 다만 주차요원의 안내에 따라 주차하는 상황에서 빈자리를 맡고 비켜주지 않는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와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주차장 자리 맡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젠 좀 법으로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차 자리를 선점하고자 사람이 차 진입을 방해하거나 물건을 쌓아 통행을 막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 소관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22년 10월 22일 오후 5시께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한 외부 주차장에서 한 가족이 자리를 맡기 위해 서 있어 운전자가 주차를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 사진=한문철TV
2022년 10월 22일 오후 5시께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한 외부 주차장에서 한 가족이 자리를 맡기 위해 서 있어 운전자가 주차를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 사진=한문철TV
한편, 빈자리에 서서 비켜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한 나머지 후진으로 사람을 '밀어내는' 이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서 있는 사람이 차에 부딪히면 운전자는 고의가 없었더라도 특수폭행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이런 행동은 삼가야겠다.

실제로 2020년 11월 강원 원주의 한 유원지 주차장에서 "부모님이 주차할 것"이라며 빈자리를 맡아놓은 중학생과 말다툼을 벌이던 한 운전자가 차로 닿을 듯 전진하다가 중학생의 무릎을 충격해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운전자는 지난해 12월 14일 춘천지법 제1형사부(김청미 부장판사)에서 열린 특수폭행 혐의 재판에서 "고의가 없었다"며 "비어있는 주차구역으로 차량을 움직였는데 피해자가 이를 막기 위해 갑자기 달려들어 접촉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빠른 속도로 운전하지는 않았으나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