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12일 열린 BIX2023에 참석한 함병균 법무법인 지평 바이오헬스케어 변호사(왼쪽부터), 박재홍 동아에스티 사장, 김경원 서울아산병원 부교수, 김태완 콜롬비아대학교 교수. 바이오협회 제공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12일 열린 BIX2023에 참석한 함병균 법무법인 지평 바이오헬스케어 변호사(왼쪽부터), 박재홍 동아에스티 사장, 김경원 서울아산병원 부교수, 김태완 콜롬비아대학교 교수. 바이오협회 제공
국내에서 개발 중인 의약품 중에서도 특히 항암제는 병용요법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해나가고 있다. 임상현장에서 병용요법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만큼 IP(지적재산권)나 보험수가 문제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병균 법무법인 지평 바이오헬스케어 변호사는 14일 기자와 만나 “병용요법을 진행할 물질을 제공받을 때 굉장히 디테일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변호사는 “보통 단독요법 (임상)을 진행하면서 병용요법도 같이 하기 때문에 물질을 받기로 한 기업과 서로 어떤 부분을 공유할 것인지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회사 자체 물질로 진행하던 단독요법 데이터까지 불필요한 IP 문제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병용요법에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물질 중 하나는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다. 머크는 키트루다를 세계 바이오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해당 물질의 효과를 곳곳에서 확인하게 된다. 로슈의 아바스틴도 단독요법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세포독성항암제나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와 같이 활용되고 있다.

함 변호사는 “비즈니스 전략과 더불어 법적인 전략도 같이 세울 필요가 있다”며 “계약문서에 들어가는 내용은 모두 법적 이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서 뒷쪽의 임상 프로토콜도 하나하나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함 변호사와 박재홍 동아에스티 사장, 김경원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부교수, 김태완 컬럼비아대학교 병리학 및 세포생물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2023’에서 ‘병용요법 개발의 전략적 고려사항’이라는 전문세션을 진행했다.

박재홍 사장은 임상 대상환자를 선택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와 진단법, 이를 가능케 하는 임상의와의 협업에 대해 강조했다.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할 때 환자 모집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박 사장은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영역의 문제”라며 “최근 암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진단 초기부터 분석해 작은 수의 환자로도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가속승인을 받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원 부교수는 항암치료에서 병용치료가 대세가 되고 있는만큼 안전성, 상업성, 대상환자군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임상개발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교수, 의료진 등 연구팀들도 항암병용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가이드라인을 바꾼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다만 보험수가 적용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조금 늦게 적용된 약들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김태완 교수는 알츠하이머 신약개발 연구를 진행 중인데, 병용요법을 통해 특허 및 상업적 독점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뇌질환 등 비항암제 분야에서도 병용요법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로 새로운 적응증을 규명하는 ‘신약재창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7월 14일 15시 29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