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K배터리가 북미에 몰리는 이유
한 달이 멀다 하고 나온다. K배터리 업체의 신·증설 투자 얘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만 미국 등에 4건, 13조5000억원(1건 금액 미정)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SK온은 2건 7조7100억원, 삼성SDI도 1건 4조원 투자를 공식화했다. 이 중 국내 투자는 단 2건. 충북 오창공장 증설(6000억원)과 전북 새만금 전구체 공장(1조2100억원) 투자뿐이다. 지난주 LG에너지솔루션의 캐나다 합작공장 건설 재개 소식은 이들 기업이 북미로 달려가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캐나다 연방·주 정부는 10년간 최대 15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5조원을 투자해 연간 45GWh(기가와트시) 생산 공장을 짓고 2500명을 고용하는 대가다. 보조금이 투자액보다 3배나 많다.

한국과 미국의 투자 인센티브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조지아주 정부는 SK온의 합작공장(35GWh)에 9000억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최소 375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조건이다. 재산세 감면, 투자 감세, 도로 등 인프라 제공 등을 통해서다. 똑같이 한국에 투자할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는 2600억원 정도다. 설비투자 세액공제(25%) 2500억원과 지방투자촉진보조금 100억원 등이다. 이마저 투자촉진보조금 중 부지 매입가 일부를 지원받는 입지보조금에서 대기업은 예외다.

여기에 싼값에 자금까지 빌려준다.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이다. 에너지부 심사를 거쳐 자동차 및 부품 제조사에 미 국채(10년) 금리 수준에 자금을 대출해준다. SK온·포드 합작법인은 12조원, LG에너지솔루션·GM은 3조원을 대출받았다.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도 받는다.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때 셀은 ㎾h당 35달러, 모듈까지 만들면 10달러 보조금을 추가로 준다. 증권업계에서는 연 40GWh 생산능력을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은 연간 7000억~9000억원, SK온은 7000억원 정도를 세액공제 받을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 정부의 환대는 덤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 SK 총수를 만나 ‘생큐’를 연발했다. ATVM을 승인한 데이비드 터크 에너지부 부장관은 지난달 말 블루오벌SK 공장을 방문해 “포드와 SK의 파트너십은 환상적”이라며 SK를 치켜세웠다. 조지아주 정부는 100% 재생에너지로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RE100이 발등의 불인 한국 기업을 겨냥한 맞춤형 지원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정부는 3년째 재탕 삼탕의 정책만 내놓고 있다. ‘2030년 2차전지 세계 최강국’이라는 청사진만 그럴싸하다. 지난 3년간 관련 정책 보도자료를 보면 달라진 건 2030년까지 투자액이 ‘40조원’에서 ‘50조원’으로 불어난 정도다. 정부 투자는 별로 없고 기업 투자계획을 긁어모아 커진 수치다.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투자 20조원도 정부 예산은 1조원뿐이다. 나머지는 기업들 몫이다. 지난 4월 ‘2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 국가전략’을 내놓으면서는 작년 11월 ‘2차전지산업 혁신 전략’ 때 발표한 수치를 또 우려먹었다.

애국심에 기대 K배터리 업체에 국내 투자를 요구하기엔 솔직히 인센티브에서 차이가 너무 난다. 예산이 없으면 돈을 적게 들여 할 수 있는 정책이라도 해야 한다. 바로 규제 완화요, 배터리 인재 양성이다. 이미 정책 계획에도 들어 있다. 실천이 중요하다. 그나마 이게 국내 투자를 끌어낼 최선의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