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부터 본격 시행되는 디폴트옵션이란 무엇인가요?

<기자>

퇴직연금 가입자가 바쁜 일정 또는 무관심으로 인해 본인 노후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대비해서 미리 지정을 해둔 상품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투자하도록 한 제도가 디폴트옵션입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퇴직급여의 노후보장 기능을 높이기 위해 기존 퇴직급여제도를 퇴직연금제도로 일원화했습니다. 노후보장 기능이 잘 작동하려면 퇴직연금도 최소 물가상승분 만큼은 늘어나야 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에 매년 1~2%도 안 되는 수준의 수익률로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으로 확정된 수준의 퇴직연금을 받고 싶어서 확정급여형(DB)을 선택하는 가입자도 있지만 운용을 해보고 싶은데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 이용할 만한 제도가 사전지정운용제도, 디폴트옵션입니다.

2021년에 제도도입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지난해 7월 시범운영되기 시작했고, 1년이 지나 오늘부터 의무화합니다. 대상자는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또는 개인형 퇴직연금 (IRP) 가입자이며, 사용자는 퇴직연금 규약을 변경해서 근로자들이 설정할 수 있게끔 지원해야 합니다. 만약 사용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정부가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요, 그래도 이행하지 않는다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정을 하나요?

<기자>

아마도 퇴직연금 DC형 가입자 또는 IRP 가입자들은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로부터 카카톡이나 문자메시지로 디폴트옵션 지정을 해달라는 연락 받으셨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올해 1월부터 매달 카카오톡으로 지정하라는 문자를 받고 있습니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크게 원리금보장형을 원하는 비보장형을 원하는지를 고를 수 있고요, 원리금보장형의 경우 초저위험 자산군, 정기예금 같은 상품에 돈이 자동 투자됩니다. 원금비보장형에는 다시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 자산군 중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초고위험 자산 중에선 주식을 최대 70%까지 편입한 금융투자상품도 있습니다.

노후자산인데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을 하지 않고 퇴직연급 사업자와 해당 금융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용사에게 운용을 맡기는 제도이다보니 정부가 매우 까다롭게 적격 상품을 선별해서 승인을 해줬고, 올해 3월말 기준으로 41개 연금사업자들이 라인업으로 갖춰놓은 디폴트옵션 상품은 총 135개입니다.

<앵커>

제도 도입 취지와 목표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인데, 실제 효과가 있었습니까?

<기자>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올해 1~3월까지 시행 성과를 집계했습니다. 이 기간 25만명이 디폴트옵션에 가입을 했고, 적립금 규모가 약 3천억원입니다. 총 135개 상품의 운용수익은 평균 3.06%로, 연환산율은 12%가 넘습니다. 위험등급에 따라 큰 차이가 났는데요 예적금에 주로 투자하는 초저위험 상품 수익은 1.11%, 저위험·중위험·고위험 각각 2.33%, 3.22%, 4.81%로 위험등급이 높을수록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앵커>

상반기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것이죠?

<기자>

상반기 코스피 기준 14.4% 상승률을 기록한 결과 디폴트 옵션에서도 주식을 편입한 상품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편입 비중이 높다고 항상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디폴트옵션을 지정해놨다고 내 연금자산이 반드시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거죠.

다만, 퇴직연금 등 연금자산의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투자가 이뤄지게 돼, 시황에 따른 변동성은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디폴트옵션이 정착된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 시황의 변동 속에서도 연7~10%의 꾸준한 수익률을 꽤 오랜기간 거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작년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서 조금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최근 약 10여년간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1~2%에 머물러 있는 것과 대조적이지요.



<앵커>

퇴직연금 사업자들 사이에서 뺏고 빼앗기는 경쟁이 치열하죠?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이 워낙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올 1분기말 약 340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장기투자금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이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과 보험, 증권사간 혈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DC형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를 좀더 적극적으로 운용해보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으며, 이 추세에 맞춰서 금융투자경험이 풍부한 증권사들로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제 증권사들의 점유율은 지난 2018년 기준 19.5%로 은행, 보험에 크게 뒤쳐졌는데 작년 말 기준 22.3%로 보험업권을 넘보는 수준까지 커졌습니다.

실제로 주변에 DC형 연금을 가지고 일부 ETF나 리츠 등에 투자하는 분들 있는데, 증권사에서만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장점 등이 가입자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고요, 앞으로 퇴직연금에서 '투자'의 개념이 강해질수록 증권사의 경쟁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빼앗기지 않으려는 은행, 보험업권의 역시 컨설팅을 강화하고, 디지털 플랫폼에 대규모 투자하는 등 수성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앵커>

국민연금 고갈 전망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는 속에 디폴트옵션 도입이 퇴직연금 관심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겠습다. 마지막으로 연금 운용시 주의사항 있나요?

<기자>

올해부터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연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늘어납니다, 만약 연금저축펀드 가입자라면 이를 합쳐 총액 900만원까지입니다. 총급여 5,500만원 기준으로 공제율이 다르긴 한데 최대 900*16.5%, 무려 148만원이나 되는 세금을 환급받게 되므로 활용해볼만 합니다.

연금자산의 특징중 하나는, 시간이 갈수록 금액이 커지고 은퇴시점이 가까워진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고, 꾸준히 급여가 늘어나고 있다면 확정급여형(DB)형 선택이 안정성 면에서 뛰어나고,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어 급여가 줄어들게 된다면 기존 퇴직연금을 IRP로 이전한 후 DC형으로 전환해 대응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앵커> 수고했습니다.


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
'디폴트옵션' 오늘부터 의무화…선택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