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자크 교향곡 6번서 언제든 슬라브 춤곡 끌어내게 독려
피아니스트 윤홍천 단정하고 사색적인 개성 있는 쇼팽 연주
객원지휘 토마시 네토필이 끌어낸 국립심포니의 음향적 잠재력
체코 출신 지휘자 토마시 네토필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향적 잠재력을 끌어내는 대단히 인상적인 호연을 선보였다.

지난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 공연은 야쿠프 흐루샤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네토필의 지휘로 열렸다.

네토필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6번과 스메타나의 '팔려 간 신부' 서곡 등 체코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또 피아니스트 윤홍천 협연으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줬다.

국립심포니는 쇼팽의 협주곡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이라는 서로 상이한 성격의 두 작품을 오가며 유연한 연주를 들려줬다.

체코 레파토리 역시 단순한 '체코 사운드'를 넘어서는 연주였다.

이날 공연의 시작을 알린 스메타나의 '팔려간 신부' 서곡은 변화무쌍한 리듬과 민속적인 흥겨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네토필과 국립심포니는 산뜻하게 출발을 알렸다.

현악기군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첫 주제는 탄력 있었고, 고음역과 저음역 악기들의 대비 또한 선명하게 드러났다.

셈여림의 폭과 전반적인 음량 또한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객원 지휘자 네토필이 악단을 긴장감 있게 장악하고 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현악기군의 응집력, 관악기군의 에너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어 이날 공연에 기대를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객원지휘 토마시 네토필이 끌어낸 국립심포니의 음향적 잠재력
그동안 모차르트와 슈베르트의 소나타를 꾸준히 녹음하며 자신만의 단아하고 서정적인 울림을 관객들에게 각인시켜 온 피아니스트 윤홍천은 1부에 선보인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도 그러한 개성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쇼팽의 매우 기교적인 악구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재현하여 듣는 이에게 마치 쉬운 곡을 연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윤홍천의 쇼팽은 강렬하거나 열정적이기보다는 단정하고 사색적이다.

특히 여린 셈여림에서도 한 음 한 음에 차등을 둘 줄 아는 섬세한 표현이 돋보였다.

윤홍천은 전반적으로 1번에 비해 보다 내향적인 성격의 2번과 어울리는 톤을 유지했고 그런 점에서 작품의 지배적 정서를 제대로 포착했다.

오케스트라는 매끄럽게 피아니스트를 보조했다.

다만 강세와 아티큘레이션을 통해 리듬을 입체적으로 살려낼 수 있는 부분까지도 매끄럽게 흘러가는 기조를 유지하여 간혹 단조롭다는 인상을 줬다.

1악장 중간 부분의 관현악 연주자가 모두 연주하는 총주(tutti)로 이어지는 격정적인 부분이 다소 밋밋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2악장 라르게토는 그러한 아쉬움을 완전히 상쇄시키는 아름다운 연주였다.

깊고 안정적인 호흡, 반짝이는 음색, 전 음역에서 고르면서도 노래하는 성격을 잃어버리지 않는 우아함 등 쇼팽의 서정성을 탁월하게 전달했다.

3악장 또한 그러한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강렬함보다는 세련미가 앞서는, 개성이 분명한 쇼팽이었다.

객원지휘 토마시 네토필이 끌어낸 국립심포니의 음향적 잠재력
2부에 연주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6번은 조성, 관현악 운용, 음향적 색채 등에서 브람스 교향곡 2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진 작품이다.

그러나 네토필은 '브람스적인' 관현악에서 언제든 슬라브 춤곡을 끌어낼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를 독려했다.

국립심포니의 집중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고음역 대 저음역, 현악 대 관악, 호른 대 트럼펫, 긴장감 있는 악구 대 이완된 악구 등 관현악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대조가 시종일관 적절히 통제된 상태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1악장에서 보여준 현악기군의 응집력은 상당히 훌륭했다.

전면에 부각되는 주제뿐 아니라 배경으로 물러나거나 꾸며주는 악구들 또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어 음향적으로 탄탄하고 충만했다.

그리하여 곡의 첫머리에 부드러운 현악으로 제시되었던 첫 주제가 마지막 부분에서 행진곡풍의 찬란한 금관으로 재현될 때 일관성과 고조의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었다.

2악장 아다지오 또한 훌륭했다.

여린 셈여림에서 은은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악상을 조형해낸 목관 앙상블 및 호른 파트가 인상적이었다.

드보르자크는 3악장 스케르초를 위해 보헤미아의 민속춤 푸리안트를 활용했다.

단조와 장조의 음영이 급박하게 교차하고 강렬한 타악기의 타격이 인상적인 이 악장에서 네토필은 국립심포니의 음향적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냈다.

다채로운 리듬뿐 아니라 각 악기의 색채 또한 부각됐다.

특히 강렬한 푸리안트 부분과 피콜로가 인상적으로 활약하는 고즈넉한 트리오 부분의 대조 효과는 더없이 매력적이었다.

마지막 4악장은 3악장의 민속적인 열기를 보다 장대한 관현악 캔버스에 펼쳐 보인다.

주제의 모방과 중첩, 푸가토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클라이맥스로 나아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표현되었다.

긴장감과 밀도, 음향적 균형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도 절정의 순간에 압도적인 음량을 쏟아내 한편의 음악적 드라마를 훌륭하게 완성했다.

모두가 승자였다.

네토필은 자신의 거장성을, 국립심포니는 더 나은 연주로 나아가고 있다는 밝은 기운을 증명했고, 관객들은 훌륭한 매너로 작품과 음악을 누렸다.

객원 지휘라는 좋은 만남은 악단의 역량을 향상하게 한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쁜 공연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