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군은 가혹행위 사각지대?…SSG 퓨처스팀 또 폭행 사건
3년 전 SK 와이번스는 '퓨처스 선수단 품위손상행위에 대한 사과문'을 내고 "훈계 목적이라도 선수단 내 얼차려, 체벌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K를 인수해 재창단한 SSG 랜더스에서 또 '2군 선수단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몇몇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사각지대의 폭행'이 다시 수면 위로 불거졌다.

SSG 구단은 11일 "2군 훈련장 강화 퓨처스필드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보고했고,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A 선수가 올해 신인 B의 행동에 불만을 품고 지난 6일 점심시간에 후배들을 불러 모은 뒤 얼차려를 가했다.

얼차려가 끝난 뒤 C 선수가 원인을 제공한 B 선수를 방망이로 때렸다.

이후 또 한 번의 집단 얼차려가 있었다.

얼차려와 폭행, 다시 얼차려가 이어진 충격적인 사건이다.

KBO 사무국은 "현재 사건을 심도 있게 조사 중이며 다음주께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3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강화에서 벌어졌다.

당시 SK 2군 소속이던 선수들이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 등 일탈을 했고, 2군 고참급 선수들이 물의를 빚은 선수들에게 물리적인 체벌을 가했다.

이를 들은 1군 선수가 퓨처스 선수에게 '선수들의 기강이 무너졌다'며 2군 후배 선수들에게 얼차려를 지시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2020년 5월에 벌어진 사건은 그해 7월에 외부로 알려졌다.

SK는 사건이 벌어진 뒤 이를 KBO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 징계를 내렸다.

KBO는 SK 선수들에게 출장 정지와 벌금 등을 부과하고, '보고 의무'를 져버린 SK 구단에도 제재금 2천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2군 선수단 내 폭행이 KBO의 처벌을 받은 첫 사례였다.

사실 과거에도 여러 구단에서 2군 선수단 가혹행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외부로 알려진 사례는 거의 없다.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고, 팬과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1군에 비해 2군 선수단은 '선수단만의 시간'이 더 길다.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성격'이 더 짙다.

"내부 문제는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선수들 특유의 문화가 더 강하게 적용되는 곳도 2군 선수단이다.

매 시즌 '방출'을 걱정해야 하는 2군 선수의 일탈 행위가 외부에 알려지면 선수가 받는 피해가 더 커진다는 '삐뚤어진 온정주의'까지 더해져 '2군에서 벌어진 사건'은 내부에서 처리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초반에도 2군에서 고참 선수가 배트로 후배를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고, 구단은 자체 징계만 내렸다.

이 사건은 외부에도 알려졌지만, KBO가 상벌위원회를 열거나 구단이 추가 징계를 하지도 않았다.

이번 사건이 과거와 그나마 다른 건, SSG 구단이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보고했다는 점이다.

'선수단 내 체벌'이 구단을 넘어 KBO의 공식 징계로 이어지면 선수들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선수단 문제는 선수들끼리 해결한다'는 문화가 2군 훈련장을 지배한다면 가혹행위와 폭력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