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N-2·노후전투기를 무인기로 개조하는 정황 포착돼
열차서 미사일 발사, 농기계와 방사포 결합 등 군사 분야 재활용 확대
[김귀근의 병영워치] 북, 70년 넘은 특수부대 침투기를 무인 자폭기로
국제사회 제재로 외부 물자 반입이 극히 제한된 북한이 자원 재활용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가재산을 피와 살점처럼 아껴야 한다고 독려하고, 수매법을 제정해 고철까지 싹싹 긁어모은다.

폐품이나 노후 장비를 재활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이런 움직임은 군사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화물·여객 열차를 개조하고 수직발사대를 탑재해 이스칸데르(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고, 농기계인 트랙터에는 방사포를 연결했다.

지난 5월 말 발사 직후 서해에 추락한 우주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식발사차량(TEL)의 상단 부위를 뜯어내 발사장에 기립 고정해서 발사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생산된 지 70년이 넘은 저고도 침투용 노후 항공기를 공격용 무기로 재활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옛 소련에서 생산된 구형 항공기를 개조해서 공격무기로 개발·시험하는 동향이 한미 군과 정보 당국에 포착됐다는 것이다.

구형 무기를 폐기하지 않고 남측에 위협을 줄 만한 용도의 새로운 무기로 재활용하고 있는 정황이다.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은 저고도 침투 및 특수부대원 수송기로 활용되는 AN-2기를 비롯해 낡은 미그기와 6·25전쟁에도 투입했던 야크기 등 구형 전투기를 무인기로 개조해 일부 시험 비행하고 있다.

이들 구형 항공기를 무인화하는 것은 '무인자폭기'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고성능 폭탄을 싣고 저공으로 남측지역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AN-2기의 조종석에 자동비행이 가능한 항법장치 등을 탑재해 사람이 타지 않고도 목표 상공까지 날아가 자폭하는 무인기로 개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옛 소련이 1947년부터 생산한 AN-2기 3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AN-2기는 최대속력 250km/h로 1천500㎏의 화물과 완전히 무장한 특수부대원 10∼13명을 태울 수 있다.

길이 13m, 기폭은 18.2m인데, 항공기 골조는 나무로 만들어졌고 날개 재질은 천이나 가죽이다.

이런 기체 형상 때문에 저고도로 날아오면 기체에 닿는 레이더파 반사 면적이 작아 잘 탐지되지 않고 탐지되더라도 새 같은 물체로 오인되기 쉽다고 한다.

[김귀근의 병영워치] 북, 70년 넘은 특수부대 침투기를 무인 자폭기로
북한은 애초 농약 살포 등에 이 구형 항공기를 동원했다가 점차 군용으로 사용했다.

특수부대 강하 훈련이나 대규모 열병식 부대 행사로 진행되는 '에어쇼' 등에 동원하는 항공기다.

지난해 10월 항공기 150여 대를 동원했다고 주장하며 대남 공중 위협 시위를 했을 때도 AN-2기 수십 대가 비행했다.

300여 대의 AN-2기 가운데 100여 대를 고성능 폭탄을 탑재한 무인자폭기로 개조할 경우 우리 군엔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된다.

동·서·중부전선으로 무더기 '벌 떼' 침투할 경우 한꺼번에 제압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때는 AN-2기가 소형 핵무기를 탑재하고 수도권 골프장에 착륙할 수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주장도 있었다.

당시 모 국방위원이 미국 국방정보국(DIA) 자료를 인용해 AN-2기의 착륙 활주 거리가 250m에 불과해 1.5t 규모의 소형 핵탄두를 탑재해 수도권에 산재한 골프장에 착륙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젠 골프장 착륙 가능성보다는 공중에서 지상 목표물로 돌격하는 '자폭' 방식에 더 주목해야 할 때다.

[김귀근의 병영워치] 북, 70년 넘은 특수부대 침투기를 무인 자폭기로
아울러 미그-15 등 구형 전투기 일부도 무인자폭기로 개조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최근 국방부와 합참이 북한 무인기 전력 확대 동향에 촉각을 세우며 대응책을 재점검하는 것도 이런 정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동체에 하늘색을 칠한 비행기 형태의 무인자폭기 100여 대를 이미 실전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전체 무인기 1천여 대 가운데 무인자폭기만 100여 대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부대별로 별도의 무인기 전담 부대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앞으로 북한은 공군 주력기인 수호이(Su-25)와 미그-19에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등을 혼합해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 전력 위협에 대응해 고출력 전자기파 발사 대공무기체계, 기동형 레이저무기체계, 항재밍 장비 등을 도입하고, 비호복합 성능을 개량할 계획이다.

국내 개발된 비호복합은 30㎜ 자주대공포 '비호'에 지대공유도무기 '신궁'을 최대 4발 결합해 교전 능력을 강화한 무기체계다.

궤도차량에 실린 비호복합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북한 무인기와 AN-2기 등을 파괴하는 임무에 동원된다.

군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인접 부대와 타격체계와 연동하는 차기방공지휘통제체계, AI 기반 차기방공레이더 등도 갖추기로 했다.

[김귀근의 병영워치] 북, 70년 넘은 특수부대 침투기를 무인 자폭기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