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지 케어젠 대표.
정용지 케어젠 대표.
케어젠이 개발 중인 습성 황반변성 점안제 신약 후보물질 'CG-P5'가 임상 1상부터 대조군을 설정해 유효성 임상을 진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적으로 임상 1상은 여러 용량 투여를 통해 안전성 확인과 후기 임상에서 사용할 용량 확정을 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어젠은 지난달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펩타이드 기반 신약 후보물질 CG-P5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투여 대상은 노인성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단된 환자다. 총 45명이 참여하며, 3개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될 예정이다. 그룹 1은 CG-P5 30mg, 그룹 2는 위약, 그룹 3은 아일리아를 각각 투여한다.

황반변성 치료법은 항VEGF가 사용되고 있으며, 안구 내 직접 주사하는 제형이 대부분이다. 케어젠의 CG-P5 역시 항VEGF이다. 차별점은 주사형태가 아닌 점안제라는 점이다. 케어젠은 임상 1상부터 아일리아와 비교한 임상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아일리아는 대표적인 황반변성 치료제다. 지난해 97억 5699만 달러(12조7400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업계에서는 임상 1상부터 확정된 용량을 투여해 유효성을 검증하는 케어젠의 임상 디자인을 두고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건강한 사람이 아닌 환자에게 곧바로 투여하는 점도 주목했다. 임상 1상은 전임상 동물실험에 의해 얻은 독성, 흡수, 대사, 배설 및 약리작용 데이터를 토대로 건강인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그 약물의 체내 동태, 인체에서의 약리작용,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투여량(내약량) 등을 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임상 1상 용량은 동물실험에서 투여한 용량을 바탕으로 사람 투여량을 환산한다. 다만 동물과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 따라서 임상 1상에서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을 대비해 여러 용량의 투여가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케어젠 측은 동물실험을 통해 충분한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단일 용량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케어젠 관계자는 “마우스 동물실험에서 5mg과 10mg을 투여했고, 아일리아 대비해서 좋은 효과가 나왔다”며 “이 농도를 바탕으로 30mg이 사람에게서 우리가 기대한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해서 용량 설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IND 신청하기 전에 FDA와 진행한 미팅에서 단일 농도 30mg과 플라시보를 환자에게 곧바로 투여하는 임상 디자인을 원한다고 전달했다”며 “FDA에서 이미 비임상에서 아일리아와 비교한 데이터가 들어가 있으니, 아일리아와 효능 비교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분해가 잘되는 펩타이드는 불안정한 제재로 꼽힌다. 따라서 펩타이드 의약품 개발사들은 각자 보유한 기술을 적용해 반감기를 늘리는 안정화 작업을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GLP-1 유사체 비만 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는 프로필렌글리콜(propylene glycol)를 넣어서 안정화한다. 이 방법은 삭센다 개발사 노보노디스크의 핵심 특허 중 하나다.

CG-P5 역시 펩타이드 기반 물질이기 때문에 안정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케어젠 측은 어떤 방식으로 안정화하는 지에 대해서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케어젠 관계자는 “안정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우리가 보편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시기가 오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7월 10일 08시52분 온라인 <한경 BIO Insight>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