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골드바·돈다발…러 국영매체, 프리고진 자택 압수물 공개

신분위장용 가발·여권도 발견…국영매체 "프리고진 이미지, 만들어진 것"
미 군사매체 "이미지 깎아내리기 시도 일환"

러시아 국영 매체가 무장반란을 시도한 용병기업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집에서 발견된 돈다발과 변장 도구 등을 공개하며 반란 연루자 색출 및 처벌을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두고 프리고진의 처벌을 위해 러시아 내에서 그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로시야1 방송은 이날 저녁 '60분'이란 프로그램에서 경찰 특수부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프리고진 소유 사업체의 사무실과 저택을 급습하는 장면을 '단독 공개' 표시를 달고 방영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예브게니 포포프 국가두마(연방하원) 의원은 프리고진을 향해 "반역자"라고 지칭했고, 영상을 입수한 로시야1의 기자 예두아르트 페트로프는 프로그램에 특별 출연해 해당 영상이 프리고진의 범죄 전력과 위선을 입증할 증거라고 소개했다.

로시야1이 공개한 영상에는 사무실에 놓인 러시아 루블화 고액권 뭉치, 저택에서 발견된 달러화 다발, 총기 은닉처, 변장용 가발, 응급치료실, 기념용 대형 해머 등이 등장했다.

발견된 현금은 약 6억 루블(약 85억원) 규모라고 페드로프는 전했다.

저택 앞 대규모 정원 한켠에는 프리고진 전용기로 알려진 소형 헬리콥터가 서 있는 장면도 포착됐다.

페트로프는 방송에서 "아무도 이 사건을 종결할 계획이 없다.

수사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의 직접적인 구실로 삼았던 러시아 국방부의 용병 캠프 미사일 공격은 가짜라고 주장했다.

페트로프는 프리고진이 소유한 사업체 중 핵심으로 꼽히는 '패트리엇 미디어그룹'을 언급하면서 "프리고진이 가진 영웅 이미지는 모두 그가 이끈 매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반란 실패 후 그들은 재빨리 문을 닫고 도주했다"라고 비꼬았다.

또한 프리고진이 각각 다른 이름이 적힌 여러 종류의 여권을 보유한 사실을 거론하며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많은 여권을 소지할 수 없다"며 "그는 왜 범죄조직 두목처럼 수상한 권력을 가졌던 것인지 궁금하다"고 페트로프는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반란 사태에서) 누가 누구 편에 섰는지를 밝혀내고 연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로시야1의 방송 이후 소셜미디어에선 프리고진 저택과 사무실에서 찾아낸 물품들이 담긴 사진들이 확산되기도 했다.

미국 군사 매체 '더워존'은 관련 트위터 게시물들을 인용, 프리고진 자택에 골드바를 비롯해 참수된 시신 사진이 담긴 벽걸이 액자 등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더워존은 이 같은 사진 공개에 대해 "러시아 내에서 프리고진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지속적인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라고 촌평했다.

앞서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에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서방 언론들 사이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배신자들을 처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독립언론 '폰탄카' 보도를 인용, 러시아 당국이 지난 2일 프리고진 측에 현금 1억 달러가량과 금괴 5개 등 1억1천만 달러(약 1천400억원) 상당의 자산을 돌려줬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초 수사관들은 이 자산을 프리고진에게 돌려주는 걸 원치 않았으나 폰탄카는 "더 큰 권력이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