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 낮 최고기온 32도…20대 후반인 기자도 쉽지 않아
폐지 30㎏ 팔아 1천500원 손에 쥐어…80대 할머니 "비 오는 날보다 나아
[르포] 폭염 속 폐지 줍는 할머니와 동행해보니…"5분 만에 땀 줄줄"
"4년 전에 아들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고 폐지 줍는 일을 시작했어. 날이 덥고 힘들어도 영감 병원비 보태려면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지."
6일 오전 11시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고물상에서 만난 조 모 할머니(80)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 고물상에는 새벽부터 손수레를 끌고 폐지 수거 일을 하는 어르신들이 벌써 열 분 넘게 다녀갔다.

할아버지와 함께 단칸방에 살고 있다는 조 할머니는 이날 오전 9시에도 수거한 폐지와 재활용품을 고물상에 내다 팔았다.

햇빛이 쨍쨍한 이 시간대 다시 나온 조 할머니의 고생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기자가 동의를 얻고 폐지 수거에 동참해봤다.

동행 취재 5분도 안 돼 몸에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창원지역 최고 기온은 32도였다.

조 할머니가 자주 가는 고물상 인근 주택가와 상업 지역이 밀집한 약 2km 경로는 햇빛을 막아줄 그늘이 거의 없었다.

땡볕 아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기자가 직접 손수레를 끌어 보니 너무 더워 가슴이 턱턱 막혔다.

좁은 생활 도로를 지날 때는 주행하는 차를 피해야 해 조심조심 움직여야 했다.

이런 더운 날씨에도 할머니는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서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비 오는 날에는 폐지가 젖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르포] 폭염 속 폐지 줍는 할머니와 동행해보니…"5분 만에 땀 줄줄"
손수레에 박스가 쌓여 갈수록 힘에 부쳤다.

폐지 수거가 끝날 때쯤 옷엔 땀 범벅이었다.

20대 후반 남성인 기자도 쉽지 않았는데 할머니는 얼마나 힘들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이날 조 할머니와 함께 1시간가량 돌면서 약 30㎏ 무게의 폐지를 수거해 얻은 수입은 1천500원이었다.

할머니는 "오늘은 (일한 시간에 비해) 생각보다 박스가 많이 나왔다"라며 오히려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도 폭염 속에서 일한 것 치고는 매우 적은 금액이었다.

고물상 직원은 "원래 폐지 금액이 높지 않고 최근 폐지가격도 많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르포] 폭염 속 폐지 줍는 할머니와 동행해보니…"5분 만에 땀 줄줄"
실제 자원순환정보시스템의 '재활용가능자원 가격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지역 폐지(골판지) 가격은 1㎏당 71원으로 지난해 동월(136원)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자원순환통계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상황이 안 좋아 폐지에 대한 수요가 떨어져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9월 30일까지를 폭염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24시간 상황 근무를 실시한다.

어린이나 어르신 등 취약계층에 피해가 없도록 폭염 대응 및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경남자원봉사센터에서도 취약계층 폭염대비책으로 공기 순환기(서큘레이터), 여름 이불 등의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일반 리어카보다 약 20㎏ 가볍고 브레이크가 달린 '사랑의 리어카'를 매달 제작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