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산업연수생제도(현재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혼란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한경 보도(7월 4일자 A1, 4면)다. 사업장 변경이 제한된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허술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온갖 꼼수를 부려 입맛에 맞는 업체로 이직하는 바람에 E9 근로자가 근무 기간 3년을 채우는 사례가 드물다고 한다.

사업장 변경 신청은 입국일로부터 3년 내 3회로 제한돼 있고 그나마 임금 체불, 부당한 처우 등 고용주의 귀책 사유가 있을 때에 한해서다. 하지만 급여나 복지가 좀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기 위해 회사 책임인 것처럼 영상을 찍어 교묘하게 편집해 협박하는 근로자도 있고, 가짜 피가 나오는 캡슐을 먹고 피를 토하는 일을 반복하는 등 막무가내로 이직을 요구한다고 하니 업체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고 잦은 태업, 무단결근 등 말썽을 빚는 외국인 근로자를 처벌할 규정도 없어 불법 체류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게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사업장 변경을 훨씬 엄격히 제한하는 등 제도 정비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첫 3년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일본과 대만처럼 우리도 입국 후 일정 기간 당초 근로계약을 맺은 기업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근로계약을 위반하고 이직에 나설 땐 강제 출국, 재입국 시 감점 부여 등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이참에 내국인보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최저임금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3개월 미만 외국인의 생산성은 내국인 근로자의 53.8%에 불과한 실정이다. 숙련도가 낮은 외국인 산업연수생에게는 1~2년간 최저임금의 80~90%만 지급한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한국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봉’이 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등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