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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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다. 지난 2월부터 5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21개월만에 2%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물가와 근원 물가와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를 낮췄지만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원-헤드라인 물가 격차 더 벌어졌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5월 3.3%에서 0.6%포인트 하락했다. 2%대 물가상승률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로 21개월 만이다.

물가 하락은 국제 유가가 내리면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4% 떨어지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서비스 부문의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1.47%포인트였다. 전체 물가 상승률 변동이 -0.6%포인트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다른 품목은 상당수 가격이 올랐을 것이란 의미다. 전기·가스·수도는 작년 동월 대비로 25.9% 올랐다. 전기요금 인상 등과 맞물려 20%대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서비스도 외식 가격(6.3%)을 중심으로 3.3% 상승했다. 2%대 물가가 현실화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소폭 하락했으나 전체 물가상승률 만큼은 아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은 5월 3.9%에서 6월 3.5%로 0.4%포인트 떨어졌다.

근원물가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격차는 5월 0.6%포인트에서 지난달 0.8%포인트로 확대됐다. 여전히 견고한 근원물가가 향후 물가 상승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물가가 점차 근원물가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은데,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경호 "2% 후반" vs 한은 "3% 안팎"

향후 물가 전망을 두고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하반기 물가가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 부총리는 "특별한 외생 변수가 없다면 하반기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맞을 것"이라며 "평균 2% 중후반대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하반기 물가가 3%대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봤다. 김웅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달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 5월 전망에서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을 3.3%로 예상했다.

하반기 평균이 2%대 후반이 될 것이라는 말과 연말 3%대 안팎의 물가를 예상하는 것은 비슷한 수치를 예상하는 것으로도 파악된다. 정부는 7~8월 2%대 낮은 물가 수준을 포함해 평균 2%대를 제시한 것이고 한은은 물가 흐름을 보며 연말 월별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정부가 앞서 라면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처럼 가격 개입이 나타나면 물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의견을 제시한 것이지 시장에 개입한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민간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시장 가격에 개입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