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같은달보다 2.7%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앉은 것은 2021년 9월(2.4%) 후 21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21개월 만에 2%대로 '둔화'
통계청은 4일 이런 내용의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3.7%) 올 들어 처음으로 3%대를 찍은 데 이어 한국은행 목표치(2%)에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물가 상승률은 1월 5.2%에서 2월 4.8%로 낮아진 것을 시작으로 5개월 연속 둔화했다.

고공행진하던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며 물가 상승세를 억눌렀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5.4% 하락했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5년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경유(-32.5%) 휘발유(-23.8%)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꺾였다. 그간 서비스 가격은 높은 인건비, 재료비 등이 뒤늦게 반영되며 전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지난달 축산물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4.9% 떨어졌다. 수입 소고기(-8.0%), 돼지고기(-7.2%), 국산 소고기(-5.1%) 등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서비스 가격은 3.3% 오르는 데 그치며 전달(3.7%)보다 상승폭을 0.4%포인트 줄였다.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5월 3.9%에서 6월 3.5%로 0.4%포인트 떨어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브리핑에서 “특별한 외생 변수가 없다면 하반기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평균 2%대 중·후반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관리와 민생 부담 경감에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작년 5월부터 1년간 시행한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오는 8월까지 연장한다. 유가연동보조금은 경유 가격이 기준금액(L당 1700원)을 넘을 때 초과분의 50%를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압축천연가스(CNG) 연동보조금도 신설할 계획이다.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인상이 불가피하면 시기를 나누거나 미뤄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연말까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수도요금을 감면해준다.

에너지를 아껴 쓴 만큼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지원도 늘린다. 하반기부터 전기요금 캐시백 단가를 기존 ㎾h당 30원에서 30~100원으로 높이는 게 대표적이다. 통신비 절감을 위해선 저렴한 알뜰폰 5G 중간구간 요금제 3종(54·74·99GB) 출시를 지원한다. 올 2학기 대학 학자금 대출금리는 연 1.7%로 동결한다. 다음달 결정되는 내년 건강보험료율 인상폭은 최소화한다. 저소득층의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은 5% 안팎으로 인하해 부담을 덜어준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