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으로 지목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신병 확보를 통해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려던 검찰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50억 클럽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 씨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금품을 받기로 약속한 인물들을 말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공범으로 지목된 양재식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하지 않기로 했다. 유 판사는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지금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 방어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내용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검찰은 즉각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법원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 “관련자 다수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물에 의하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전날 영장 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박 전 특검 측과 3시간 넘게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보강 수사 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시절인 2014년 11월 우리은행을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지분 투자자로 참여시켜주는 대가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땅과 건물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3억원은 2015년 1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자금 명목으로 전달받았다고 의심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5년 3월 심사부의 반대로 지분 투자계획을 접었지만, 그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15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여신의향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이에 대한 대가로 2015년 4월께 5억원을 먼저 받고 향후 50억원 상당의 이익을 약속받았다고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로부터 11억원을 빌린 사실과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둔 의혹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50억클럽 의혹 수사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2월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인물 중 가장 먼저 수사를 받았던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뇌물 수수 및 알선 수재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가 또 기각된다면 수사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시온/권용훈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