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의 주가는 올해 들어 수직 상승했다. 124.74달러에서 올해를 시작한 메타는 27일(현지시간) 287.05달러로 올랐다. 이달 들어서만 52주 최고가 기록을 두 번 갈아치웠다. 애플의 합류로 메타버스 시장이 형성되는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사생활 보호’ 암초, AI로 극복

애플에 울고 웃었다…메타, 부활 신호탄
지난해 메타는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2021년 2분기 104억달러에 달한 분기 순이익이 작년 3분기 44억달러, 4분기 47억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메타를 괴롭힌 것은 애플이었다. 애플이 아이폰의 보안 수준을 높이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어려워졌다. 이는 메타의 표적 광고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광고주의 구미에 맞는 타깃 소비자를 추려내지 못한다는 분석이 쏟아지면서 메타의 수익성을 악화시킨 것이다.

메타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고도화하는 정공법을 썼다. 부족한 정보의 양을 치밀한 데이터 분석으로 극복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위기는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분기 메타의 순이익은 57억달러까지 개선됐다. 매출도 지난해 1분기(279억1000만달러)보다 3% 증가한 286억5000만달러로 늘었다.

VR 구독 서비스도 선보여

메타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가상현실(VR) 사업이다. 이 사업을 주도하는 리얼리티랩스사업부는 적자 수렁에 빠져 있다. 올해 1분기엔 매출의 10배가 넘는 39억9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메타는 2020년 오큘러스퀘스트2, 지난해 메타퀘스트프로를 내놓는 등 메타버스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퀘스트2의 누적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넘어서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목표인 ‘메타버스 대중화’에는 이르지 못한 모양새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이번에도 애플이었다. 이 회사가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23’에서 메타버스 헤드셋 비전프로를 공개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했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애플의 가세가 시장 전체에 보탬이 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는 2020년 960억달러(약 127조원) 규모이던 글로벌 AR·VR 시장은 내년 3580억달러(약 472조원), 2030년에 1조5430억달러(약 2039조원)로 성장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이달 1일 성능을 대폭 개선한 오큘러스퀘스트3를 공개했다. 애플을 견제하기 위해 9월 발표 예정인 신제품을 온라인으로 먼저 선보인 것이다. 전면 카메라를 통해 고해상도 컬러 혼합현실을 구현한 점이 눈에 띈다. 전작은 외부 화면을 흑백으로만 볼 수 있었다. 두께도 퀘스트2보다 40%가량 얇다. 가격은 499달러로 애플 비전프로의 7분의 1 수준이다. 메타퀘스트플러스라는 이름의 구독 서비스도 내놨다. 월 7.99달러를 내면 매달 두 개의 가상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