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회원들이 2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정권퇴진 7·15 범국민대회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혁 기자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회원들이 2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정권퇴진 7·15 범국민대회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혁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저지, 한·미·일 군사훈련 중단 등 정치 구호를 내걸고 다음달 총파업에 나선다. 정부는 노동 조건 향상이 아닌 정치적 목적의 총파업은 ‘정당성과 명분을 결여한 파업’이라며 엄정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8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총파업을 선언하고 세부 계획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연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앞서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등 36개 노동·시민단체와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정부 전면전을 선포했다. 양 위원장은 발족식에서 “온 나라와 온 국민이 함께 투쟁하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투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3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에서 열리는 총파업에는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 등이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지난해 11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운송 거부 투쟁과 맞물린 총파업 이후 7개월 만이다.

민주노총 산별노조의 총파업 지침 자료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다음달 3일 산별노조인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의 특수고용노동자 파업대회로 포문을 연다. 이후 전국택배노조, 마트산업노조, 전국공무원노조, 금속노조 등이 뒤를 잇는다. 금속노조 산하 최대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도 5년 만에 총파업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건 범국민대회,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슬로건으로 삼은 노동자 결의대회 등의 일정이 예정됐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여세를 몰아 8월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한·미·일 군사연습 중단’을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불법파업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총 총파업 이유가 '尹퇴진·오염수 저지'…정부 "불법 정치파업"
현대차 노조 5년 만에 참여 선언…정파논리를 파업 명분으로 포장

정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총파업에 엄정 대응하기로 한 것은 ‘정치 파업’을 방관할 경우 그동안 추진해온 노동개혁의 원칙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을 비롯한 노조의 불법 행태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 같은 노동개혁이 국민의 지지를 받은 만큼 민주노총의 불법적인 총파업이 동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정부 관측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7일 “현실을 외면한 채 오로지 불안과 공포, 분노에 기댄 민주노총의 일방적인 주장에 국민들은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집행부의 정파 논리를 총파업 명분으로 주장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등 37개 노동·시민단체가 참여한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이날 발족식에서 “고통받는 노동자, 농민, 빈민, 자영업자, 서민이 윤석열 정권 퇴진에 모든 것을 걸고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쟁의권을 확보하지 않은 파업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노동조합이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얻으려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과 관련해 노동위원회 조정 등을 거치고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에 민주노총도 쟁의권 확보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130여 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쟁의조정을 일괄 신청했다. 금속노조도 오는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다음달 4일부터 사흘간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섭이 이미 마무리된 산별노조나 기업별 노조는 쟁의권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만큼 쟁의권 확보가 안 된 노조들은 참여를 주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일반 파업과 정치 파업을 결합한 형태라는 점에서도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쟁의행위는 근로조건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데, 정치 구호를 외친다면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주노총이 정치 파업으로 소속 노조를 불법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민주노총 집행부가 내년에 제도권 정당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소속 노조와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오형주/곽용희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