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억짜리 경북 상주시 특산물 테마파크, 인적 없이 '텅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나랏돈이 샌다
(1) '세금 먹는 하마'된 지자체 랜드마크
축구장 7개 넓이 체험형 공원
직원 없고 홍보영상관도 문 닫아
유력 정치인에 로비해 국비 따내
지자체장, 치적 위한 사업 벌여
이후 관리비만 수십억 나가기도
(1) '세금 먹는 하마'된 지자체 랜드마크
축구장 7개 넓이 체험형 공원
직원 없고 홍보영상관도 문 닫아
유력 정치인에 로비해 국비 따내
지자체장, 치적 위한 사업 벌여
이후 관리비만 수십억 나가기도


예산 줄줄 새는 지자체 ‘랜드마크’

방문객은 눈에 띄지 않았고 공원 곳곳에서 노후 시설을 수리하는 인부들의 모습만 보였다. 공원 뒤편에 아름답게 조성된 장미공원이 무색할 정도였다. 자동차로 불과 25분 거리에, 그것도 같은 상주 지역에 국비 지원을 받은 테마공원 두 곳이 들어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함창명주테마공원에 2019년 조성된 한복진흥원은 국비 96억원 등 192억원이 투입됐지만, 제대로 된 전시 프로그램이 없어 지역사회에서조차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근 경상감영공원도 마찬가지다. 축구장 아홉 배 넓이지만 기자가 찾았을 때 방문객은 산책 나온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부부뿐이었다. 이곳은 국비 120억원 등 188억원을 들여 2021년 조성됐다. 조선시대 관찰사가 집무하던 경상감영이 임진왜란 때 대구로 옮기기 전까지 한때 상주에 있었다는 이유로 예산을 배정받았다.
이런 공원 중 상당수는 지방자치단체의 ‘랜드마크’ 사업으로 추진됐다. 지자체는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해 국비 지원을 요구하면서 랜드마크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다 보니 사업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광역지자체는 사업 심사 과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유혹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중앙정부도 지자체의 예산 지원 요청을 수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지자체가 지역 유력 정치인을 동원해 국비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즉 지자체장은 재임 중 치적 과시를 위해 전시성 사업을 벌이고 정치권은 ‘예산 로비’를 통해 국비를 따내고, 여기에 중앙정부의 허술한 사업 타당성 검증이 맞물리면서 이른바 랜드마크 사업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재정 사정은 열악하다. 17개 광역시·도를 제외한 226개 기초지자체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평균 19.6%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자체는 신규 사업을 벌일 때 대부분 국비 지원을 전제로 추진한다. 지자체의 사업 실패가 나랏돈이 새는 결과로 이어지는 배경이다.
결국 ‘애물단지’ 되기도
전국에 이런 예산 낭비 사례가 한두 곳이 아니다. 경남 통영시는 2020년 50억원(국비 25억원)을 들여 문을 연 가상현실(VR) 체험관을 2025년 이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험관은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VR 콘텐츠로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조성됐다. 하지만 방문객이 하루평균 수십 명에 불과해 적자가 쌓이면서 폐관 위기에 몰렸다.경북 군위군의 대추화장실(7억원), 기네스북에 도전했던 충북 괴산군의 초대형 가마솥(5억원), 전남 무안군의 대형 낙지 조형물(9억원) 등도 지자체의 랜드마크 조성 욕심으로 예산이 낭비된 사례로 꼽힌다. 경남 거제시가 16억원을 들여 120t 규모로 제작한 ‘이순신 거북선’은 관리조차 제대로 안 되다 12년 만에 154만원이란 헐값에 민간에 넘어갔다.
관리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전남 광양시 백운제테마공원은 기존 사업비 외에도 노후 시설 관리 등을 위해 추가로 들어간 예산만 수십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예산이 제대로 된 타당성 검증 없이 편성되고, 해당 시설이 방치된 후에 또다시 추가 관리예산이 들어가는 악순환을 빚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각 지자체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달라”며 올해 기획재정부에 낸 국비 지원안엔 예산 낭비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사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관 부처에서 지자체 사업을 걸러내긴 했지만, 예산 편성 과정에서 추가 삭감해야 할 사업이 많다”고 말했다.
상주·통영·광양=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