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주말 공개한 ‘향후 5년 재정추이’ 보고서는 국민연금발(發) 경제 쇼크가 코앞의 현실이 됐다는 강력한 경고다. 정부 공식 전망이 담긴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부터 연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을 앞지른다. 가입자에게 걷는 돈보다 연금 지급액이 더 많아지는 수지 적자가 불과 4년 뒤부터 본격화한다는 의미다.

5년 전 추계 때만 해도 2030년이던 적자 시점이 3년이나 앞당겨진 대목이 국민연금 위기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보고서는 올해 20조8500억원인 흑자가 2027년(-700억원)부터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상을 웃도는 저출산·고령화 속도에다 고물가, 연금수급자 급증이 겹쳐 사면초가 상황에 직면했다는 냉정한 진단이다.

연금수지 적자는 ‘국민 노후자금 소진’을 넘어 우리 경제에 큰 후폭풍을 몰고 올 메가톤급 악재다. 모자라는 수입을 벌충하려면 보유자산 처분 외에 방법이 없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정년제 폐지로 고령 취업자를 확 늘리는 구조적 대처 방안이 있지만, 정치권 행태를 보면 연목구어 같은 희망일 뿐이다. 결국 ‘연못 속 고래’로 불리는 국민연금이 매물을 쏟아내면 국내 자본·금융시장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 기금적립금 953조원(올 3월 말 기준) 중 절반에 가까운 460조5000억원(48.3%)을 국내 주식·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이대로면 국민연금은 내년에 발표할 ‘2025~2029년 중기자산배분안’에서부터 보유자산 처분계획을 반영해야 한다. 4년 뒤 본격화할 막대한 물량 출회를 피하기 위해 1, 2년 뒤부터 자산 처분에 나서는 투자자가 속출할 가능성도 크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을 보유 중인 종목만 283곳, 10% 이상도 36곳에 달한다.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인 탓에 매도 움직임이 시작되면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국채·회사채를 중심으로 320조원어치를 보유 중인 채권 역시 시장의 수급 균형을 깨버릴 공산이 다분하다.

자산가격 추락은 우리 경제 최대 리스크인 가계부채를 더 악화할 개연성도 크다. 이런 시나리오가 작동하면 내수시장 확대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연금개혁을 미룬 후과가 이리도 크다. 국민연금발 충격을 막을 골든타임이 쏜살처럼 지나가고 있다. 논의 중인 제도 개혁을 조기에 마무리해 안정심리를 구축하고 ‘보유주식 매각의 출구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허송세월의 뒤늦은 개혁 조치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