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은 30개가 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 수는 물론 시청률에서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회 때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승부가 펼쳐져서다. 작년에는 박민지(25)와 박지영(27)이 피 튀기는 연장승부를 펼쳤고, 재작년에는 임진희(25)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5타 차 열세를 뒤집고 김수지(27)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올해도 포천힐스CC는 ‘드라마 세트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우승자 12명(해외 투어에서 뛰는 최혜진 제외)이 총출동하고, 상금랭킹 톱10 중 9명이 출사표를 던지는 등 최고 선수들 간 ‘빅매치’가 예고돼서다. ○최강 박민지, 박지영·홍지원과 격돌메인그룹은 박민지-홍지원(23)-박지영 조(오전 8시35분 10번홀)다. ‘디펜딩 챔피언’(박민지)과 직전 대회인 한국여자오픈 챔피언(홍지원), 상금랭킹 1위(박지영)가 한 조로 묶였다. 이들 모두 이번 대회를 통해 올 시즌 첫 다승자 등극을 노리고 있다.올 시즌 객관적인 전력에선 박지영이 앞선다. 꾸준함의 지표인 ‘평균 타수’에서 70.30타로 전체 1위다. 드라이브 비거리(241.48야드·38위)와 그린 적중률(72.77%·12위), 평균 퍼팅수(29타·4위)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분류된다. 그렇게 대회마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상승세로 따지면 홍지원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주 KLPGA투어를 통틀어 가장 악명 높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연장 혈투 끝에 김민별(19)과 마다솜(24)을 버디 한 방으로 눌렀다. 통산 2승을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거뒀을 정도로 ‘승부사 기질’이 있는 선수란 평가다.홍지원은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드라이버샷을 가장 똑바로 치는 선수이기도 하다. 드라이브 비거리는 115위(224야드)지만, 페어웨이 안착률(88%)은 1위다. 조정이 KLPGA 수석경기위원은 “포천힐스CC의 러프 길이는 대략 55㎜로 다른 대회와 같지만 밀도가 빽빽한 편이어서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며 “포천힐스CC에서 드라이버샷을 칠 때는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최근 화려하게 살아난 박민지는 ‘우승 후보 1순위’다. 지난해 6승을 거뒀지만 올 시즌엔 스타트가 다소 늦었다. 그러다 이달 초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우승하며 부활을 알렸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경험하는 등 코스 이해도가 높은 것도 무기다. ○장타 1, 2위가 한 조에서 맞대결이번 대회 최고의 ‘볼거리’ 중 하나는 1번홀에서 낮 12시15분에 출발하는 방신실(19)-이소미(24)-김수지 조다. 올해 장타 순위 1위 방신실(260.65야드)과 2위 김수지(256.27야드)가 맞붙는다. 이소미도 장타 순위 20위(245.98야드)에 올라 있는 거포다.1번홀에서 낮 12시25분에 출발하는 이예원(20)-박현경(23)-성유진(23) 조도 구름 갤러리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조다. 지난해 ‘무관의 신인왕’이었던 이예원은 올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며 스타덤에 오른 선수다. 성유진은 지난달 체력과 담력을 요구하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7전 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많은 팬을 거느리게 됐다. 최고 인기 골퍼인 박현경은 올 시즌 우승은 없지만 준우승을 세 번이나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2021년 대회 우승자인 임진희와 올해 KLPGA 챔피언십 우승자 이다연(26), 상금랭킹 6위(3억5203만원) 홍정민(21) 조도 주목해야 할 조다. 이들은 10번홀에서 오전 8시25분에 첫 티샷을 한다.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골프는 단 한 번도 같은 샷을 하지 않잖아요. 매번 새로운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매력이에요. 야디지북을 보며 머릿속으로 상상한 대로 샷이 나올 때의 짜릿함은 정말 최고예요.”지난 21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만난 이세영(16·제주제일고부설방통고 1학년·사진)은 ‘골프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3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출전한다. ‘테일러메이드 드림챌린지’에서 우승하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의 마지막 참가 티켓을 따냈기 때문이다.테일러메이드 드림챌린지는 골프 꿈나무를 후원하기 위해 테일러메이드 코리아와 한국경제신문사가 함께 개최하는 프로암 대회다. KLPGA투어 선수 30명이 14세 이상 아마추어 골퍼 90명과 ‘4인 1조’로 출전해 18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승부를 펼친다. 이세영은 올해 대회에서 4언더파 68타로 1위에 올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출전권을 확보했다. 테일러메이드의 클럽 풀세트와 의류 등을 모두 지원받는 ‘팀 테일러메이드’ 자격까지 얻었다.아직 앳된 얼굴의 소녀지만 이세영은 구력 10년차의 골퍼다. 여섯 살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주니어 상비군, 국가 상비군에 선발됐다. 아마추어로는 드물게 비거리 230~240m를 치는 장타자다. 드림챌린지 대회에서 이세영은 장타를 앞세워 전반에만 버디 4개를 잡아냈다. 그는 “평소 친분이 있는 고지원 프로와 같은 조로 편성돼 신나게 쳤는데 어느새 제가 버디를 잡고 있더라”고 했다. 후반에는 보기가 2개 나왔지만 버디 2개로 만회해 4언더파를 지켜냈다.이세영의 드림챌린지 도전은 두 번째였다. 지난해에는 이븐파를 쳤는데, 2언더파를 친 두 선수가 연장전에서 우승컵을 다투는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고 한다. 올해는 대회 일정이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참가 신청을 했고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이세영은 “대회 결과보다도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펼쳐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이번 우승으로 이세영은 생애 네 번째로 정규투어에 도전하게 됐다. 지난해 3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예선 통과를 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이번 대회 목표도 예선 통과다. 그는 “3라운드 모두 플레이하는 ‘아마 파워’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그의 롤모델은 KLPGA투어 통산 17승의 최강자 박민지(25)다. 그는 “박 프로와 같은 아카데미에서 배우고 있는데 볼 때마다 정말 멋있어서 감탄한다”며 “제 무기인 장타에 정확성을 더해 박 프로보다 더 많은 우승을 기록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포천힐스CC=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23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의 ‘우승 1순위’로 디펜딩 챔피언 박민지(25)가 지목됐다.KLPGA투어 공식 데이터업체 CNPS는 올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의 우승자 스코어가 11언더파가량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고 22일 밝혔다. 올 시즌 주요 기록과 포천힐스CC의 코스 정보, 비슷한 산악지형 코스에서의 기록을 두루 감안해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에는 12언더파 204타를 친 박민지와 박지영(27)이 공동 1위에 올랐다가 연장전에서 박민지가 승리했다.박민지는 올해 대회 우승 확률을 매기는 파워랭킹 1위에 올랐다. 박민지는 역대 포천힐스CC 평균타수 1위(67.7타)를 기록했다. 이정석 CNPS 본부장은 “박민지는 이 코스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데다 티샷과 정확도, 퍼트를 골고루 잘하기에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박민지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올 시즌 첫 2승을 달성하는 다승자가 되는 동시에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 이어 또다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게 된다.박민지의 뒤는 이예원(20)과 방신실(19)이 이었다. 이예원은 지난 4월 롯데렌터카 오픈에서 1승을 챙겼고, 방신실은 지난달 E1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했다. 올해 KLPGA투어에선 13개 대회에서 13명의 우승자가 나왔다.이번 대회 승부처는 8번홀(파4), 12번홀(파4)로 꼽혔다. 8번홀은 296야드짜리 짧은 파4 홀이다. 최종 라운드 때는 전장을 243야드로 줄이는 만큼 원온도 가능하다. 지난 두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이 홀의 평균타수는 3.33타로, 파를 기록하면 못 친 셈이었다.반면 12번홀에서는 타수를 줄이기보다는 지키는 걸 목표로 삼는 게 좋다. 400야드 전장의 긴 파4 홀로, 선수들이 공을 떨어뜨리는 지점(230~240야드)에 벙커와 해저드가 버티고 있어 정확한 샷을 구사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지난 2년간 대회에서 평균타수는 각각 4.24타, 4.25타였다. 버디 이하를 친 선수는 매해 9%대에 머물렀고 보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29%를 웃돌았다.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