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사태 2년…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결말은?
사건번호: 2023다225580
주식양도소송 이르면 내달 대법원
최종 판결
한앤컴퍼니 승소 무게불공정 투자의혹 변수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남양유업의 경영권 매각을 두고 벌인 법정 다툼의 결말이 이르면 다음달 중순 나올 전망이다.

남양유업의 최대주주인 홍 회장은 자사 요구르트 제품인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는 허위·과장 광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경영권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하지만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돌연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통보했다. 한앤컴퍼니는 “계약을 이행하라”고 맞섰고 양측의 싸움은 대법원까지 갔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1·2심 재판부 모두 한앤컴퍼니 측 손을 들어준 만큼 대법원도 하급법원의 판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남양 매도·매수인 쌍방대리는 위법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사건번호:2023다225580)의 법리검토를 지난달 13일 시작했다. 2심에서 패소한 홍 회장이 상고장을 제출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대법원은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지를 놓고 저울질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상고장을 받은 날로부터 4개월 안에 심리불속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기준을 남양유업 사건에 적용하면 다음달 17일까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지를 정해야 한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한경DB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한경DB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의 경영권 싸움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양유업은 2021년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으나, 질병관리청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해 파장이 일었다. 남양유업은 그 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일부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회사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홍 회장은 2021년 5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불가리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도 선언했다. 그러면서 남양유업 매각을 추진했다. 남양유업은 그해 5월 27일 홍 회장 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모두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금액은 3107억원, 거래 종결시기는 8월 31일로 정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돌연 그해 7월 30일로 예정된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9월 14일로 연기했다. 남양유업 측은 “쌍방 당사자 간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매도인의 일방적인 의지로 거래가 6주간 연기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응했다.

사퇴를 약속한 홍 회장은 3개월이 지나도록 물러나지 않았다. 그가 그해 상반기 보수로 8억800만원을 받은 사실도 논란이 됐다. 홍 회장의 두 아들 역시 당초 기자회견에서 밝힌 취지와 다르게 회사에 머물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아 2021년 4월 보직 해임된 장남 홍진석 상무는 경영권 매각 발표 하루 전인 5월 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했다.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도 같은 날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했다.

남양유업은 경영권 매각 업무와 관련한 법률대리인을 LKB앤파트너스로 바꿨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매각에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앤컴퍼니는 8월 23일 홍 회장 등 매도인들을 상대로 한 주식양도 소송(사건번호:2021가합561102)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 사건의 1심 재판이다.

홍 회장 측은 9월 1일 입장문을 내고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발표해 또 한 번 파장을 일으켰다. 홍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 거래에서 이례적으로 계약금을 한 푼 받지 않았고, 계약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매수인 측은 비밀 유지 의무 사항들을 위배하고, 거래 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홍 회장 측은 얼마 후 “매수인에게 계약 해지의 책임이 있다”며 관련 약정에 따라 310억원 지급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앤컴퍼니 측은 이에 맞서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일부 인용했다.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 측에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의 1심 첫 변론은 12월 2일 열렸다. 한앤컴퍼니의 대리인은 홍 회장 측이 3개월 넘게 소송 관련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에 대해 “피고 측이 의도적으로 소송을 지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 측은 “공동 소송대리인을 선임할 예정이라 답변서 제출이 늦었다”고 맞섰다.
2021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출석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 연합뉴스
2021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출석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 연합뉴스
이후 변론에서 홍 회장 측은 주식매매계약 체결 열흘 전인 2021년 5월 17일 남양유업의 법률 대리를 맡은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업무 처리를 문제 삼아 주식 양도 계약이 무효라는 논리를 펼쳤다. 한앤컴퍼니가 주식매매계약 전 약속했던 백미당 사업권 보장과 홍 회장 가족들에 대한 임원 예우 등이 계약서에 빠져 있어 김앤장 변호사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당 변호사는 ‘나중에 계약 조건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계약 체결을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또 김앤장이 매도인과 매수인 양측을 쌍방 대리한 것도 위법하고, 김앤장에서 상대방을 대리하고 있다는 통지나 동의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앤컴퍼니 측은 “협상 과정에서 홍 회장이 백미당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제안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1심 법원은 작년 9월 22일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며 한앤컴퍼니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021년 5월 식사 자리에서 한앤컴퍼니 대표가 홍 회장 측에 ‘앞으로도 잘 대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해서 임원 예우를 확약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앤장의 쌍방 대리가 위법이라는 주장도 이미 홍 회장 측이 회사 매각 결정을 한 이후에 이뤄진 행위이기 때문에 이해 상충이 발생하지 않는 사안이라고 봤다. 2심 재판부(사건번호:022나2039292)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지난 2월 9일 피고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미공개 정보로 시세차익 혐 변수 될까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해당 사건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2심 재판부가 모두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준 만큼 원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심리불속행 기각이 결정될 경우 홍 회장 일가는 거래 종결 의무에 따라 보유 주식을 전부 한앤컴퍼니에 매각해야 한다.

홍 회장 측은 2심부터 법률 대리인을 법무법인 바른으로 바꿨다. 상고 후엔 여러 차례 상고이유 보충서를 제출하는 등 ‘막판 뒤집기’에 힘을 쏟고 있다. 남양유업 측 관계자가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건의 탄원서도 대법원에 올라왔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심리를 계속하기로 결정할 경우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을 전망이다. 투자기한이 있는 한앤컴퍼니로선 심리기간이 길어지면 홍 회장 측과 다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한앤컴퍼니 임직원의 남양유업 불공정 투자 의혹이 불거진 게 상고심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한앤컴퍼니 임직원들이 2021년 5월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를 발표하기 직전 남양유업 주식을 매입해 부당한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보고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2021년 5월 남양유업 주가는 주당 30만원가량이었으나, 한앤컴퍼니의 인수 결정이 나오면서 70만원대까지 급등했다. 금감원은 해당 사건을 패스트트랙(신속수사전환)으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이첩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 결과가 나왔더라도 주식양도 소송의 쟁점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만큼 심리불속행 기각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