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권 탄압자에 고개 숙인 도종환
지난해 2월 티베트의 인기 가수 체왕 노르부(26)는 수도 라싸의 포탈라궁 앞에서 구호를 외친 뒤 분신·사망했다. 중국 텐센트 주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전국 9위를 할 정도로 촉망받는 가수였던 그는 삼촌이 시위에서 체포돼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뒤 SNS 계정이 폐쇄되고 중국 음악 앱에서 노래들이 삭제됐다.

한 달 뒤 중국 칭하이성 티베트 자치주의 경찰서 앞에서 한 티베트인이 분신을 시도하다 연행된 후 소식이 끊겼다. 2009년 티베트 승려 타페이가 손에 티베트 깃발을 들고 분신한 뒤 159명째 분신이다.

티베트 6~18세 학생 대부분인 100만 명이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공립 기숙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다. 수업은 물론 동요와 잠들기 전 들려주는 이야기까지 모든 것이 중국어로만 이뤄진다. 티베트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티베트어를 할 줄 아는 아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티베트의 5세 이상 모든 소년의 DNA 샘플을 임의 수집했다. 도망자 체포용이라고 하지만, 티베트인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명백한 사생활 침해다. 중국은 2020년 티베트 농부와 목동 50만 명을 대상으로 노동수용소에서 고강도 노동과 공산당 충성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이 “1951년(티베트 병탄), 1959년(티베트 봉기 유혈진압)에 있었던 일”이라고만 했는데, 이 모든 사례가 그 뒤에 일어났고, 또 현재진행형이다. 도 의원의 “몰랐다”는 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궁색한 변명이며, 진정 몰랐다면 의원으로서 자질이 의심된다.

도 의원이 고개 숙여 인사한 왕쥔정 티베트(시짱·西藏) 자치구 총서기는 어떤 인물인가.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탄압으로 2021년 유럽연합(EU)이 톈안먼 사태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제재 리스트에 올린 중국인이다.

도 의원은 불교계에 사과했으나 총선 영향을 고려한 것일 뿐,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티베트인들에겐 사과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왜 중국과 북한 얘기만 나오면 과천부터 기는가. 굴종적 친중과 종북을 평화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 국민의 생각과 한참 동떨어진 위험한 사고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