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 사진=김범준 기자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 사진=김범준 기자
국민의힘에서 사교육계 일타 강사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당황스러운 방향"이라고 반박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인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교육시장의 공급자인 일부 강사들의 연 소득이 100억원, 200억원 갈 때는 창의적으로 사업을 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업가와는 다르다"며 "남이 갖고 있지 않은 걸 가지고 초과이윤을 갖고 파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총장은 "경쟁이라는 건 선의의 경쟁, 법 테두리에서 경쟁해야지,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면서 그 피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것, 초과이익을 취하는 것은 범죄다. 사회악"이라면서 일타강사들의 영리활동은 정당한 영리활동 수준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주어진 법체계 안에서 세금을 잘 낸다면 일타강사들이 고소득을 얻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특정 일타강사들이 1년에 수백억 원을 버는 현재 구조가 과연 정당하고 제대로 된 것이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반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비윤계에서는 일타강사들의 고소득을 비판하는 건 보수주의자의 기본자세에 어긋나는 행태라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수능 관련해서 무언가를 질렀다가 반응이 안 좋으니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사교육 업계를 때리는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당황스러운 방향"이라며 "사교육 업계야말로 정글의 세계이고, 흥망성쇠가 빠르게 나타나는 곳"이라고 썼다.

이어 "그 업계에서 대접받는 강사들이라면 그의 강의를 시청했을 수십만명에게는 냉정한 잣대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고, 대부분 흥미와 실력을 바탕으로 진학을 한 뒤에도 수강생들에게는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막무가내 악마화는 논리도 빈약할뿐더러, 전략적으로도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수능 출제 문제가 사교육 문제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일부 고액 강사들의 부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며 "저는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사교육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일부 강사의 고액 연봉을 공개하고 이를 공격하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보수주의자의 기본자세에 어긋나는 행태다. 고액 연봉은 극히 일부 강사들에 해당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그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에 따른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라며 "자신들을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토착 왜구'라고 마녀사냥 했던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를 윤 대통령이 정면 조준한 것으로, 윤 대통령은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후 일타강사로 꼽히는 현우진 씨 등 유명 대입 강사들이 개인 SNS에 이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호화로운 생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1년에 100억을 버는 일타강사들의 '탐욕의 선동"이라며 " (수능은) 대학 강의를 이해할 기본을 가리면 될 일인데, 킬링 문항은 고난도 문제를 내서 아이들 떨구는 말 그대로 '킬링' 아니냐"고 주장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