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릴리프·필승조·마무리 마다치 않는 눈부신 팀 공헌도
'대체 불가 애니콜' 임기영, KIA 불펜 최후의 보루
'애니콜'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브랜드이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뛴 임창용(은퇴)의 애칭이었다.

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등판한다고 해서 불린 별명이었다.

팀당 132경기를 치른 1999년, 임창용은 절반이 넘는 71경기에 마운드에 올라 13승, 38세이브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2020년대에도 KBO리그에 애니콜은 존재한다.

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불펜 최후의 보루 임기영이다.

최형우의 통산 1천500타점을 장식한 역전 결승 투런포 등 홈런 3방을 앞세워 낙승을 눈앞에 뒀던 20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KIA는 6-1로 앞선 9회 박준표와 최지민의 난조로 6-4로 쫓겼다.

2사 만루 뒤집힐 위기에 마지막 투수로 KIA 불펜 문을 박차고 나온 선수는 아니나 다를까 임기영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두둑한 배짱의 임기영 말고 올릴 투수가 없었다는 게 정답일 것이다.

임기영은 까다로운 왼손 타자 김인환을 유격수 박찬호 정면으로 굴러가는 땅볼로 유도하고 불을 껐다.

임기영의 시즌 두 번째 세이브는 최형우와 KIA를 모두 웃게 한 순도 100%짜리 터프 세이브(동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거두는 세이브)였다.

'대체 불가 애니콜' 임기영, KIA 불펜 최후의 보루
김종국 감독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구원 투수진 사정을 고려해 베테랑 임기영을 '게임 체인저'로 스프링캠프에서 일찌감치 낙점했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중책을 임기영에게 맡긴 것으로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상 하는 일은 '마당쇠' 임무에 가깝다.

박빙의 추격 또는 박빙의 리드 상황은 물론 20일 경기처럼 세이브 상황에 모두 등판한다.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던지는 이닝도 제각각이다.

4월 8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는 선발 이의리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4회에 등판해 3이닝을 2실점으로 버텨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5월 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는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무려 4이닝을 지키며 불펜 낭비를 아꼈다.

요즘 한창 잘 나가는 NC 다이노스와 난타전을 벌인 이달 16일 경기에서 임기영은 팀의 7번째 투수로 8회 등판해 탈삼진 3개를 곁들여 2이닝 동안 NC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우고 때마침 터진 타선 덕에 승리를 안았다.

'대체 불가 애니콜' 임기영, KIA 불펜 최후의 보루
상대 추격을 봉쇄하는 '스토퍼'이자 긴 이닝을 버틸 줄 아는 능력 덕에 동료 불펜 투수에게 휴식을 주는 '세이버'이며 이젠 승리를 매조지는 '클로저' 노릇도 톡톡히 해낸다.

'임기영 하면 체인지업'이 동시에 떠오를 정도로 변화무쌍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다.

좌우 타자 피안타율은 모두 1할대다.

비중을 높여가는 싱커의 효과도 좋은 편이다.

임기영은 올해 KIA 구원 투수 중 이준영(30경기), 최지민(29경기) 다음으로 많은 26경기에 등판했다.

다만, 투구 이닝에서는 왼손 스페셜리스트 이준영과 최지민보다 훨씬 많은 42이닝을 던졌다.

1승 2세이브 6홀드에 평균자책점 2.57이라는 성적 수치는 '대체 불가'한 임기영의 눈부신 팀 공헌도를 온전히 대변하지 못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