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원 자본금은 100만원…모기업 리스크 내재된 '예견된 파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KBL엔 생소한 '구단 운영용 법인'…모기업 없이 자생 불가능한 구조
KBL "네이밍 스폰서 존재·모기업 지원 약속이 '안전 장치'될 줄" "우리 구단도 자체 수익은 20억원 수준이고 나머지 비용은 모기업에서 지원한다.
그쪽(데이원) 계획이 자세하지는 않지만 모기업이 지원해준다는 게 확인됐으니 조건을 충족한 것 아니겠나.
"
한 프로농구단 단장은 지난해 6월 24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열린 KBL 이사회에 참석한 직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양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자산운용이 구단 운영을 목적으로 출범한 데이원스포츠는 이 자리에서 KBL의 일원으로 자격을 얻었다.
이틀 전 열린 이사회에서 재정적 역량에 대한 KBL의 의심을 걷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어렵게 마지막 기회를 잡은 것이다.
데이원 측은 네이밍 스폰서의 존재·계약 규모를 알리고,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필요할 때 자금을 준다는 확약서를 제시했다.
연 30억씩 4년간 120억원가량 규모로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고, 모기업이 부족한 운영 자금을 보탠다는 '보증'이 이사들의 의심을 조금은 누그러뜨렸다.
이런 보증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데이원스포츠의 존재 자체가 KBL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사태'였다는 방증이다.
그간 프로농구에 참여해온 건 유수의 기업들이었다.
영리 활동을 통해 실체적인 자산을 쌓아두고 이를 토대로 프로 스포츠에 뛰어들었다.
이런 기업들의 가입 자격을 따져온 KBL은 오로지 구단 운영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창설된 데이원스포츠의 호기로운 도전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기업신용평가전문기관인 한국평가데이터가 확인한 법인 등기상 데이원스포츠의 자본금은 100만원이다.
본사 주소는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의 지하 호실이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서울 중구의 사무실과는 다른 장소다.
'자생능력'이 없는 이 법인의 생존과 프로농구 10개 구단 체제의 안정성은 결국 시작부터 모기업의 의지와 여건에 달려 있었다.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김용빈 회장이 데이원이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4월 이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상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2021년 말 11억6천만원가량이었다.
2015년 말 300억원대에서 크게 줄어들었고, 전년 대비로도 절반 수준이었다.
KBL이 데이원스포츠를 받아주는 주된 근거가 된 '뒷배'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경영이 어려워졌고, 약속과 달리 구단 운영에서 손을 뗐다.
데이원에는 극심한 재정난이 닥쳤다.
지난해 12월, 올해 1월분을 합쳐 약 700만원의 지방소득세도 제때 내지 못해 본사 소재지를 관할하는 관악구청의 공시송달 명단에 올랐다.
올해 4월부터도 560만원가량 지방소득세 납부가 밀렸다.
지난 1월부터는 사무국 등 직원, 3월부터는 선수단에 급여를 주지 못했다.
임금 체불액만 12억원이 넘었고 협력 업체 대금도 3억원 이상이 쌓인 것으로 파악된다.
KBL은 이같이 '모기업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이라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KBL 고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네이밍 후원 금액, 모기업 지원 약속이 '안전장치'가 될 줄 알았다"며 "모기업에 대한 당시 정황만으로 이후의 사태를 전부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또 허재 대표가 나서서 이사들을 설득한 영향도 없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KBL과 데이원의 이 같은 구도는 지난해 9월 프로축구팀 창단을 노린 데이원의 연고지 유치 제안을 거부한 고양시와 비교된다.
이에 이 관계자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본다.
축구에서는 신생팀을 창단하려 해서 거부해도 현상 유지가 가능했다면 여기서는 이미 오리온과 양수도 계약을 끝내고 온 터라 맥락이 달랐다"고 짚었다.
프로축구와 달리 출범 초기부터 이어져 온 10개팀 체제가 무너질 위험이 있어 가입 승인 여부를 정할 때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1997년 8개 구단 체제로 출범한 프로농구는 1997-1998시즌 10개 구단으로 늘어난 이후 2022-2023시즌까지 10개 구단 체제를 유지했다.
KBL 관계자는 임금 체불 등에 대한 KBL의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에는 "받아들인다.
우리도 문제의 소식을 접하고 선수들과 일찍 접촉해서 조사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데이원 측에서 이런 시도를 할 때마다 사기업 내부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혹여나 KBL이 먼저 행동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또 다른 논란으로 불거지면 구단 인수 협상에도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해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연합뉴스
KBL "네이밍 스폰서 존재·모기업 지원 약속이 '안전 장치'될 줄" "우리 구단도 자체 수익은 20억원 수준이고 나머지 비용은 모기업에서 지원한다.
그쪽(데이원) 계획이 자세하지는 않지만 모기업이 지원해준다는 게 확인됐으니 조건을 충족한 것 아니겠나.
"
한 프로농구단 단장은 지난해 6월 24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열린 KBL 이사회에 참석한 직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양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자산운용이 구단 운영을 목적으로 출범한 데이원스포츠는 이 자리에서 KBL의 일원으로 자격을 얻었다.
이틀 전 열린 이사회에서 재정적 역량에 대한 KBL의 의심을 걷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어렵게 마지막 기회를 잡은 것이다.
데이원 측은 네이밍 스폰서의 존재·계약 규모를 알리고,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필요할 때 자금을 준다는 확약서를 제시했다.
연 30억씩 4년간 120억원가량 규모로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고, 모기업이 부족한 운영 자금을 보탠다는 '보증'이 이사들의 의심을 조금은 누그러뜨렸다.
이런 보증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데이원스포츠의 존재 자체가 KBL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사태'였다는 방증이다.
그간 프로농구에 참여해온 건 유수의 기업들이었다.
영리 활동을 통해 실체적인 자산을 쌓아두고 이를 토대로 프로 스포츠에 뛰어들었다.
이런 기업들의 가입 자격을 따져온 KBL은 오로지 구단 운영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창설된 데이원스포츠의 호기로운 도전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기업신용평가전문기관인 한국평가데이터가 확인한 법인 등기상 데이원스포츠의 자본금은 100만원이다.
본사 주소는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의 지하 호실이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서울 중구의 사무실과는 다른 장소다.
'자생능력'이 없는 이 법인의 생존과 프로농구 10개 구단 체제의 안정성은 결국 시작부터 모기업의 의지와 여건에 달려 있었다.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김용빈 회장이 데이원이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4월 이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상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2021년 말 11억6천만원가량이었다.
2015년 말 300억원대에서 크게 줄어들었고, 전년 대비로도 절반 수준이었다.
KBL이 데이원스포츠를 받아주는 주된 근거가 된 '뒷배'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경영이 어려워졌고, 약속과 달리 구단 운영에서 손을 뗐다.
데이원에는 극심한 재정난이 닥쳤다.
지난해 12월, 올해 1월분을 합쳐 약 700만원의 지방소득세도 제때 내지 못해 본사 소재지를 관할하는 관악구청의 공시송달 명단에 올랐다.
올해 4월부터도 560만원가량 지방소득세 납부가 밀렸다.
지난 1월부터는 사무국 등 직원, 3월부터는 선수단에 급여를 주지 못했다.
임금 체불액만 12억원이 넘었고 협력 업체 대금도 3억원 이상이 쌓인 것으로 파악된다.
KBL은 이같이 '모기업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이라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KBL 고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네이밍 후원 금액, 모기업 지원 약속이 '안전장치'가 될 줄 알았다"며 "모기업에 대한 당시 정황만으로 이후의 사태를 전부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또 허재 대표가 나서서 이사들을 설득한 영향도 없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KBL과 데이원의 이 같은 구도는 지난해 9월 프로축구팀 창단을 노린 데이원의 연고지 유치 제안을 거부한 고양시와 비교된다.
이에 이 관계자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본다.
축구에서는 신생팀을 창단하려 해서 거부해도 현상 유지가 가능했다면 여기서는 이미 오리온과 양수도 계약을 끝내고 온 터라 맥락이 달랐다"고 짚었다.
프로축구와 달리 출범 초기부터 이어져 온 10개팀 체제가 무너질 위험이 있어 가입 승인 여부를 정할 때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1997년 8개 구단 체제로 출범한 프로농구는 1997-1998시즌 10개 구단으로 늘어난 이후 2022-2023시즌까지 10개 구단 체제를 유지했다.
KBL 관계자는 임금 체불 등에 대한 KBL의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에는 "받아들인다.
우리도 문제의 소식을 접하고 선수들과 일찍 접촉해서 조사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데이원 측에서 이런 시도를 할 때마다 사기업 내부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혹여나 KBL이 먼저 행동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또 다른 논란으로 불거지면 구단 인수 협상에도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해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