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학교 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하면서 수험생 사이에서는 ‘물수능’(지나치게 쉬운 수능)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혼란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이 16일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시험을 5개월 앞둔 학교 현장에선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날 만난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6월 모의고사를 통해 난이도를 가늠하고 남은 기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시험 난이도를 대통령이 언급하고 교육부 대입담당 국장이 경질되면서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사교육을 없애자는 취지였다면 단계적인 수정을 통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 3년차를 지내며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에 적응하는 시기였는데, 또 출제 난이도가 바뀐다면 당황스러울 것” “실력이 아니라 실수로 대학이 판가름날까 봐 불안하다” 등 비판이 이어졌다.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상위권 학생의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국어고 진학부장은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최상위권 학생 사이에서는 동점자가 대거 발생해 변별력이 없어질 수 있다”며 “학생부교과전형 등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맞춰야 하는 학생들은 한 문제로 등급이 밀려 내신 점수가 한순간에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사교육비를 경감한다는 취지와 반대로 학원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대치동 영어학원 대표는 “수시를 대비하던 학생들도 수능 한 문제 실수를 막기 위해 학원 문을 두드리면서 사교육 시장이 되레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에 다니다 다시 수능에 도전하는 반수생이 대거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입시학원에서는 대학 기말고사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6월 중순부터 ‘반수반’을 개강한다”며 “상대적으로 수능 부담이 줄어들어 반수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