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조위안(약 178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용 특별국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기 방지 차원에서 금지해 온 도심 2주택 구매 제한을 푸는 것도 정책 후보안에 올랐다. 인프라와 부동산에 의존한 부양책을 되풀이하는 것으로는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투기 규제도 포기하나

中, 1조위안 빚 끌어다 경기부양 나선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수십억달러의 새로운 인프라 지출과 부동산 투자자의 주택 구매를 장려하는 규제 완화 등을 담은 경제 부양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당국이 1조위안 규모 특별국채를 발행해 인프라 투자에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지방정부 부채 상환에도 쓸 예정이다. 중국은 앞서 세 차례 특별국채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 사례는 2020년 1조위안 규모로 찍은 ‘코로나19 항전 특별국채’다.

특별국채는 정부가 기관투자가 등을 상대로 발행하지만, 회계처리 기준상 정부 채무로 잡히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명목상으론 급증하는 정부 부채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앞서 발행한 특별국채도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정부의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요 도시의 2주택 보유 금지 규제를 해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2010년부터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2주택 구입을 금지해 왔다. 제한 지역 등 범위는 지방정부마다 다르다. 중국에서 여덟 번째로 인구가 많은 우한(1300만 명)은 지난 2월 2주택 규제를 자체 해제했다.

리창 총리 주재로 16일 열린 국무원 상무위원회도 경제 회복을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지속적인 경제 회복을 촉진할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는 거시적인 정책 조정, 수요 확대, 실물 경제 활성화, 핵심 영역의 위험 예방 등 네 부문을 중심으로 관련 정책과 조치를 제안한 뒤 “여건을 갖춘 정책과 조치가 제때 도입되고, 신속하게 시행돼야 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방역 완화 이후 경제 회복이 더디고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조만간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낮아지는 성장률 전망

일각에선 중국이 대규모 부양책보다는 내수 소비 확대와 민간 기업 활성화에 중점을 둔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가 주도 부양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서다. 관타오 중국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12년 이후 중국의 성장률이 하락하고, 특정 부문의 높은 부채 수준과 비효율성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며 “정부가 경기 부양에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선멍 샹숭캐피털 이사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믿음이 흔들리면서 거주 목적 외 주택 수요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벌이기엔 지방정부 재정 부담이 큰 상황이기도 하다. 작년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의 채무 잔액은 35조618억위안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21조3072억위안)보다 1.6배 급증했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대치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 UBS는 이날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5.7%에서 5.2%로 내렸다. 노무라홀딩스도 5.9%에서 5.4%로 하향했다.

중국이 전날 내놓은 5월 주요 경제지표는 경기 침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1~5월 누적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4%로 1~3월 5.1%, 1~4월 4.7%보다 둔화했다. 이 가운데 민간기업의 투자 증감률은 -0.1%로 1~4월 0.4% 증가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김인엽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