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명문 축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카타르 자본에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컨소시엄의 마지막 제안을 구단주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메일은 카타르 현지 언론을 인용해 카타르의 셰이크 자심 빈 아히드 알타니 카타르 이슬라믹은행(QIB) 회장이 영국 프로축구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현지 언론 알 와탄 카타르는 전날 새벽 트위터를 통해 "셰이크 자심 회장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에 성공했다"며 "곧 거래 내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수 가격 및 조건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알 와탄은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신문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매각될 수 있다는 소식에 시장이 요동쳤다. 12일 뉴욕증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77달러(3.98%) 상승한 20.13달러에 마감했다. 인수 소식이 퍼진 뒤 시간 외 거래에선 16.34%가량 급등했다.

헤지펀드가 맨유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BBC에 따르면 글레이저 가문이 자심 회장의 인수 계약을 체결할 거라는 소식이 퍼진 뒤 주식 트레이더가 맨유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인수 계약 전에 지분을 확보한 뒤 차익을 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의 명문 구단' 맨유, 결국 카타르 자본에 팔렸다
2005년 맨유를 인수한 글레이저 가문은 지난해 11월 매각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글레이저 가문은 당시 "전략적 대안을 찾으면서 매각을 고려하는 중이다"라고 했다. 당시 인수전에 참여한 두 후보는 셰이크 자심 QIB 회장과 영국 억만장자인 짐 랫클리프 이네오스 회장 등이었다.

랫클리프 회장은 자산 116억달러(약 14조8400억원)를 보유한 영국 부호다. 세계 8위 화학 기업인 이네오스의 창업자로 자동차와 패션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셰이크 자심 회장은 현 카타르 국왕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의 형이다.

인수전은 5개월간 난항을 겪었다. 글레이저 가문이 인수 가액을 높이기 위해 제안을 계속 거절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아예 매각 의사가 없다고 인수 협상을 모두 철회하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네오스와 셰이크 자심 회장은 1차 입찰에서 45억파운드(약 7조1000억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차 입찰가격만으로 스포츠 구단 사상 최고가(42억 5000만파운드)를 경신하게 된다.

랫클리프 회장은 글레이저 가문에 맨유 지분 일정 부분만 인수할 것을 제시했다. 약 50%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이었다. 글레이저 가문은 당초 이 제안을 마음에 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맨유에 대한 지배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서다.

반면 셰이크 자심 회장은 맨유 지분 100% 인수를 원했다. 랫클리프 회장보다 더 큰 액수를 제시했다. 랫클리프 회장이 30억파운드(약 4조 8184억원)를 제시했다. 셰이크 자심 회장은 지난 7일 최종 5차 제안을 보내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번 제안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맨유 인수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셰이크 자심 회장의 제안 가격은 55억파운드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53억 5000만파운드(약 8조7000억원)에 달하는 맨유의 부채를 일시에 청산할 수 있는 현금으로 맨유 지분 100%를 인수하는 조건이 붙었다. 또 홈구장과 훈련장 시설 리모델링과 적극적인 선수 영입 투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