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 반도체…전영현 구원투수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을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64·부회장·사진)으로 전격 교체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 업체에 밀리자 ‘수장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수시 인사’로 분위기 쇄신에 나선 삼성이 HBM, 파운드리 등 핵심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전 단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의 보직을 맞바꾸는 내용의 원포인트 인사를 21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갑작스러운 교체 배경에 대해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경 사장은 반도체 사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스스로 부문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문장은 권오현 전 DS부문장 등과 함께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LG반도체를 거쳐 2000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뒤 D램·낸드플래시 개발실장, 메모리사업부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삼성SDI 최고경영자(CEO·2017~2020년)로 자리를 옮겨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년 말 신설한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작업을 총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부문장은 반도체 전문가일 뿐 아니라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 작업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다”며 “반도체 위기 극복의 최고 적임자”라고 말했다.

경 사장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하면서 삼성전자는 당분간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