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업단 맡은 경계현, 새 먹거리 발굴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을 사임한 경계현 사장(사진)은 신사업 발굴 핵심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의 단장을 맡게 됐다. 차세대 기술 트렌드에 정통한 경 사장이 미래사업기획단을 이끌게 된 만큼 그룹 차원의 신사업 발굴 프로젝트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1일 “경 사장을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한다”고 발표했다.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았던 전영현 부회장과 자리를 맞바꾸는 인사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급으로 신설한 조직이다. 삼성전자를 넘어 삼성그룹의 10년 미래 먹거리를 찾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래사업기획단이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큰 그림을 그리면 각 계열사 또는 삼성전자 사업부가 구체적인 실행에 나서는 구조다. 2006년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지시로 출범한 신사업추진팀, 2009년 이를 확대·개편한 신사업추진단에 버금가는 핵심 조직으로 평가된다.

산업계에선 경 사장에 대해 현재 10명 안팎의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을 키울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서 기술 트렌드에 정통하기 때문이다. 경 사장은 개인 SNS에 AI, 로봇, 디지털전환 등에 대한 식견을 담은 글을 여러 차례 올리며 미래 사업에 관심을 나타냈다.

반도체 차세대 기술 개발을 책임지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경 사장이 겸직하게 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미래 사업 강화가 목표인 두 조직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전기 사장(CEO), 삼성전자 DS부문장을 역임하며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도 경 사장의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빅테크 등과 협업해 삼성의 미래 사업을 구체화할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경 사장은 삼성전기 대표를 맡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2022년부터는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서 반도체사업을 총괄했다”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경 사장이 DS부문장을 내려놨지만 여전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