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포사 주인 살해 후 훔친 총기로 사흘 만에 은행강도
초동 수사 미흡에 부족한 증거…"작은 단서라도 제보가 큰 도움"
[사라진 가해자들] ② 경찰과 시민이 끝까지 쫓는다…'총포사 살인사건'
대구 남구 총포사 살인사건과 은행강도 사건의 용의자를 경찰이 22년째 쫓고 있다.

두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판명됐다.

사흘 간격으로 연달아 범행을 저질렀지만 용의자를 추적할 단서나 증거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다.

범인들이 꼬리를 잡힐만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법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따돌린 것이다.

경찰은 사건 당시 안일한 초동 수사와 철저하지 못한 검문·검색으로 범인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라진 가해자들] ② 경찰과 시민이 끝까지 쫓는다…'총포사 살인사건'
◇ 잔인하게 살해된 총포사 주인…사라진 엽총 두 자루

2001년 12월 8일 오전 1시 30분께 남구 봉덕동 한 총포사에서 주인 A씨(66)가 흉기로 목과 옆구리 등을 여러 차례 찔린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는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엎드려 숨져 있었다.

A씨의 지갑에 있던 현금과 금고는 손을 댄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70년대 생산된 12G/A 5연발 엽총 2정이 도난당했다.

경찰은 당시 수렵이 허용된 경북지역에서 불법으로 사용하기 위해 총기를 훔쳐 간 것으로 보고 엽사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펼쳤다.

또 A씨가 예리한 흉기에 급소를 정확히 찔린 점. 총포사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던 점 등을 보고 A씨의 채권·채무 관계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 엽총 들고 은행에 나타난 복면강도…불에 탄 엽총 두 자루

사흘 뒤인 같은 해 12월 11일 오후 3시 14분께 달서구 월암동 기업은행 성서공단지점에 20대로 보이는 복면강도 1명이 엽총을 들고 침입했다.

범인은 은행에 들어선 직후 천장을 향해 총알 1발을 발사하며 은행직원과 손님을 위협했다.

범인은 검은색 스포츠가방 2개에 돈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

범인은 은행직원들이 돈을 담는 3분여 동안 총알 2발을 더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

범인은 밖에서 기다리던 공범과 함께 1억2천600만원이 담긴 돈 가방을 들고 흰색 매그너스 차량를 타고 달아났다.

은행직원들은 범인이 은행에 들어오자마자 비상벨을 눌렀으나 경찰과 경비업체는 범인이 도주한 뒤에야 은행에 도착했다.

범인들이 타고 달아난 승용차는 같은 날 오후 6시 15분께 강도 현장과 20~30여분 거리인 달성군 화원읍 주택가에서 불탄 채 발견됐다.

타버린 차 안에서는 남구 총포사 살인사건 현장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확인된 엽총 2자루가 불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범인의 인상착의를 정밀히 분석하고 동종 수법 전과자 탐문, 고속도로 주요 지점에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수사본부를 편성해 광범위한 수사를 펼쳤으나 용의자 검거에는 실패했다.

[사라진 가해자들] ② 경찰과 시민이 끝까지 쫓는다…'총포사 살인사건'
◇ 반드시 잡는다…22년째 범인 쫓는 경찰과 시민제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당시 총기 은행강도라는 모방범죄를 낳기도 했던 '남구 총포사 살인사건'은 22년째 대구의 대표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사건 당시 담당수사관, 과학수사 경찰관, 범죄심리분석관 등 분야별 전문가 17명이 참여한 합동 분석 회의가 2019년에 개최되기도 하였으나 두 번째 회의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현재 이 사건을 쫓고 있는 대구시 미제사건수사팀은 "미제사건팀 편성 이후 40여건의 제보가 접수됐다"면서도 "특별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미제사건 수사 특성상 시간이 많이 지난 점, 부족한 증거 등을 범인 특정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경찰은 "여전히 과거 수사 기록 분석과 증거 재감정, 재보건 수사 등 범인 검거를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며 "사건과 관련해 알고 계시거나 주변에서 듣게 된 조그만 단서라도 경찰에 알려 주시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시민들의 제보를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