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중국과 헤어질 결심 있어야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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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틀어져 수출 안된다?
반도체 제외하면
2013년 이후 무역수지 감소세
기업 위로하는 척하며
실제론 선동하는 민주당
'극중(克中)' 위한 정치 역할은
제2·제3의 반도체 지원
윤성민 논설위원
반도체 제외하면
2013년 이후 무역수지 감소세
기업 위로하는 척하며
실제론 선동하는 민주당
'극중(克中)' 위한 정치 역할은
제2·제3의 반도체 지원
윤성민 논설위원
도봉산 망월사(望月寺) 현판을 쓴 이는 위안스카이(袁世凱·원세개)다. 구한말 ‘감국대신(監國大臣)’으로 악명을 떨친 그가 조선 개국의 도를 닦아 도봉(道峰)이라 한 곳에 흔적을 남긴 게다. 위안스카이가 머문 임오군란~청일전쟁 12년은 조선 역사의 치부다.
고종의 아버지 흥선 대원군을 납치해 중국으로 압송·구금하고, 군복 차림으로 가마타고 궁궐 안까지 들어가 왕에게 삿대질하고 툭하면 폐위로 겁박했다. 조선의 외교권도, 땅과 바다의 이권도 쥐고 흔들었다. 그의 나이 불과 23~35세 때 일이다.
청일전쟁과 위안스카이의 귀국 뒤 조선과 중국 간 종속 관계는 끊어졌다. 한 세기 지나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대등한 국격과 함께 한국이 중국보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선 유일한 시기였다. 한국은 중국에 기술·부품을 제공하고, 중국은 생산기지와 시장이 됐다. 수교 30년간 대중 무역 흑자는 6980억달러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대중 관계의 화양연화(花樣年華)인 듯하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인 몇 사람을 불러놓고 ‘중국 수출 애로 청취 간담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 때까지 좋았던 대중 무역이 윤석열 정부 들어 중국과 외교 갈등을 빚으면서 갑자기 나빠져 적자 구조로 바뀌었다는 게 기본 전제다. 나치의 악마적 선동가 요제프 괴벨스는 “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이를 반박하려면 수십 쪽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물론 반박할 때쯤이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돼 있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주장은 수십 쪽짜리 보고서는커녕 무역협회의 통계 몇 개만으로도 반박 가능하다.
대중 무역수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이후 내리막이다. 2018년 556억달러에서 2019년 289억달러, 2021년 242억달러, 2022년 12억달러로 줄었다. 반도체 착시를 감안하면 더 명확해진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 무역수지는 2013년 이후 감소세였을 뿐만 아니라 이미 2021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의 부품 자급률이 높아져 우리의 중간재 수출이 줄고, 반도체 외에 어중간한 가성비의 우리 제품이 매력을 잃은 결과다.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무역 환경에 좋다고 할 순 없지만, 그것이 결코 대세 요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확한 현실 진단 위에서 올바른 대안의 방향성이 나온다. 중국에 없거나 중국보다 훨씬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가 결국 답이다. 반도체와 같은 기술 초격차와 제2·제3의 반도체를 탄생시킬 혁신만이 대중 수출 애로를 타개할 수 있는 길이다. 정치의 역할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경제 논리로 충분히 해석 가능한 무역통계마저 정치로 환원시키는 구태적 선동이 기업에 무슨 득이 되겠는가. 기업의 애로를 듣는다고 하면서 ‘파업조장법(노란봉투법)’에 집착하는 것은 위선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중 외교관은 ‘전략적 모호성’이다. 그 유효기한은 문재인 정부 때 마감했다. 대중 굴종 외교를 통해 돌아온 게 무엇인가. 중국에 홀대받으면서 한·미 동맹도 와해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을 뿐이다. ‘안미경중(安美經中)’처럼 속 편한 말도 없다. 군사·안보는 미국 편이면서, 중국에선 경제적 이득만 취하겠다는 셈법에 넘어갈 정도로 중국이 바보인가.
중국 무역 의존도는 20%대 아래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중국은 헤어질 수 없는 거대 시장이다. 물론 괜한 마찰은 피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중국 인식의 확고한 원칙마저 저버려선 안 된다. 중국은 북한 핵 개발의 후원자이고 지금도 이를 묵인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 운영 주체는 공산당이다. 자유 법치 인권 등 인류 보편 가치를 신봉하는 자유 진영과 궁극적으로 양립 불가다. 중국은 이중적이다. 구한말 병인양요·신미양요 때처럼 불리한 상황에선 한국은 속국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후일 조선이 미국 등과 통상조약을 맺을 땐 속국임을 명시하라고 강요한 나라다.
무엇보다 우리가 나약해 보이면 중국에 짓밟혔다. 위안스카이가 패악질을 일삼은 것은 고종의 무력함을 봐서다. 고종은 임오군란을 일으킨 구식 군대를 제압할 자신이 없자 청에 군대 진압을 간청한 임금이다. 우리가 실력을 기르고, 자강(自彊)하는 것만이 유일의 생존방식이다.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비장함이 있을 때 오롯이 공존할 수 있다. 중국이 ‘반도체 한국’에 대해서만은 아직도 매달리고 있지 않은가.
고종의 아버지 흥선 대원군을 납치해 중국으로 압송·구금하고, 군복 차림으로 가마타고 궁궐 안까지 들어가 왕에게 삿대질하고 툭하면 폐위로 겁박했다. 조선의 외교권도, 땅과 바다의 이권도 쥐고 흔들었다. 그의 나이 불과 23~35세 때 일이다.
청일전쟁과 위안스카이의 귀국 뒤 조선과 중국 간 종속 관계는 끊어졌다. 한 세기 지나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대등한 국격과 함께 한국이 중국보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선 유일한 시기였다. 한국은 중국에 기술·부품을 제공하고, 중국은 생산기지와 시장이 됐다. 수교 30년간 대중 무역 흑자는 6980억달러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대중 관계의 화양연화(花樣年華)인 듯하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인 몇 사람을 불러놓고 ‘중국 수출 애로 청취 간담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 때까지 좋았던 대중 무역이 윤석열 정부 들어 중국과 외교 갈등을 빚으면서 갑자기 나빠져 적자 구조로 바뀌었다는 게 기본 전제다. 나치의 악마적 선동가 요제프 괴벨스는 “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이를 반박하려면 수십 쪽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물론 반박할 때쯤이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돼 있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주장은 수십 쪽짜리 보고서는커녕 무역협회의 통계 몇 개만으로도 반박 가능하다.
대중 무역수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이후 내리막이다. 2018년 556억달러에서 2019년 289억달러, 2021년 242억달러, 2022년 12억달러로 줄었다. 반도체 착시를 감안하면 더 명확해진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 무역수지는 2013년 이후 감소세였을 뿐만 아니라 이미 2021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의 부품 자급률이 높아져 우리의 중간재 수출이 줄고, 반도체 외에 어중간한 가성비의 우리 제품이 매력을 잃은 결과다.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무역 환경에 좋다고 할 순 없지만, 그것이 결코 대세 요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확한 현실 진단 위에서 올바른 대안의 방향성이 나온다. 중국에 없거나 중국보다 훨씬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가 결국 답이다. 반도체와 같은 기술 초격차와 제2·제3의 반도체를 탄생시킬 혁신만이 대중 수출 애로를 타개할 수 있는 길이다. 정치의 역할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경제 논리로 충분히 해석 가능한 무역통계마저 정치로 환원시키는 구태적 선동이 기업에 무슨 득이 되겠는가. 기업의 애로를 듣는다고 하면서 ‘파업조장법(노란봉투법)’에 집착하는 것은 위선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중 외교관은 ‘전략적 모호성’이다. 그 유효기한은 문재인 정부 때 마감했다. 대중 굴종 외교를 통해 돌아온 게 무엇인가. 중국에 홀대받으면서 한·미 동맹도 와해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을 뿐이다. ‘안미경중(安美經中)’처럼 속 편한 말도 없다. 군사·안보는 미국 편이면서, 중국에선 경제적 이득만 취하겠다는 셈법에 넘어갈 정도로 중국이 바보인가.
중국 무역 의존도는 20%대 아래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중국은 헤어질 수 없는 거대 시장이다. 물론 괜한 마찰은 피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중국 인식의 확고한 원칙마저 저버려선 안 된다. 중국은 북한 핵 개발의 후원자이고 지금도 이를 묵인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 운영 주체는 공산당이다. 자유 법치 인권 등 인류 보편 가치를 신봉하는 자유 진영과 궁극적으로 양립 불가다. 중국은 이중적이다. 구한말 병인양요·신미양요 때처럼 불리한 상황에선 한국은 속국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후일 조선이 미국 등과 통상조약을 맺을 땐 속국임을 명시하라고 강요한 나라다.
무엇보다 우리가 나약해 보이면 중국에 짓밟혔다. 위안스카이가 패악질을 일삼은 것은 고종의 무력함을 봐서다. 고종은 임오군란을 일으킨 구식 군대를 제압할 자신이 없자 청에 군대 진압을 간청한 임금이다. 우리가 실력을 기르고, 자강(自彊)하는 것만이 유일의 생존방식이다.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비장함이 있을 때 오롯이 공존할 수 있다. 중국이 ‘반도체 한국’에 대해서만은 아직도 매달리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