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집코노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이런 아파트는 도대체 왜 만들까》 영상을 문자화한 것입니다.

▶전형진 기자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우리는 국평이라고 하죠
가장 인기가 많아서 국평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공급도 가장 많을 수밖에 없게끔 제도가 만들어져 있어요

왜냐면 일단 국민주택규모라는 게 있는데
집을 지을 때 이 크기로 지어야 하는 비율도 다 정해져 있고
이 사이즈를 넘어가면 세금부터 제도까지 모든 게 달라져요
그 국민주택규모가 딱 85㎡입니다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그래서 분양할 때 공고문 잘 보시면
84.99㎡ 이렇게 딱 맞춰서 나와요
어떻게든 85㎡를 넘기진 않겠다는 의지
리미트가 걸렸으니까 당연히 84㎡의 공급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인기도 제일 많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그 다음으로는 전용 59㎡ 친구들도 인기가 많죠
아이 낳고 키우려면 이 정도가 마지노선이다, 이런 얘기들도 합니다

그럼 저기 있는 29㎡, 39㎡는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방금 59㎡도 좁다 그랬는데
여긴 아예 결혼도 하지 말고 혼자 살라고?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또 초소형 주택형의 99%는 평면이 굉장히 안 좋죠
요즘 아파트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복도식으로 배정돼요
그래야 최대한 많은 집을 한 동에 다 때려박을 수 있거든요

상품성이 떨어지니까 당연히 인기도 별로 없겠죠
그래서 초소형이 낀 아파트들은 미분양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그냥 안 지으면 되지 않을까요, 도대체 왜 짓는 걸까요

사실 여러분들을 위해서 짓는 건 아니에요
조합원 형님들을 위해서 짓는 겁니다 ..^^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크게 보면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어요
자 우선 집코노미마을이 재개발을 한다고 쳐요
흥부 3명이 살고 있는데 한 10가구짜리 아파트를 짓기로 했습니다
근데 재개발 소문이 퍼졌는지 흥부가 어디서 자꾸 늘어납니다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땅을 쪼개서 팔든지 집을 쪼개서 팔든지
자기들끼리 세포분열을 해서 입주권을 나눠 갖는 거예요
이걸 우리는 지분쪼개기라고 부릅니다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이렇게 마을에 사는 흥부가 9명까지 불었어요
근데 아파트는 10가구짜리로 짓는다고 했잖아요
팔아서 남길 수 있는 게 1가구밖에 없네?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사업성이 떨어지니까 사업의 동력이 떨어지고
막 늘어났던 흥부들이 전부 쪽박을 차고
재개발이 멈추니까 동네는 슬럼화가 되겠죠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그래서 이런 지분쪼개기는 기를 쓰고 막습니다
흥부가 무한정 늘어나지 않도록 권리산정기준일이란 날짜를 딱 정해둬요
권리산정일 이전까지는 너희가 뭘 했든 다 OK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근데 혹시 이날 이후에 지분쪼개기한 집을 샀니?
그럼 너에게는 새아파트 못 줘, 이런 개념이에요
같은 지분쪼개기여도 이 날짜를 기준으로
어떤 흥부는 살고 어떤 흥부는 망하는 거죠

이제 망한 흥부의 입장이 돼보자고요
얘가 그냥 조용히 살까요? 다 엎어놓겠죠
마을사람들이 하는 모든 것에 태클을 걸어요
새아파트를 받을 입주권이 없을 뿐
사업 진행 과정에서 투표를 할 수는 있거든요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마을사람들 입장에선 딜레마죠
쟤들을 다 끌어안고 가면 사업성 안 나와서 우리가 다 망해
그렇다고 다 버리고 가면 맨날 깽판칠 게 뻔해
그래서 패자부활전을 엽니다 ..^^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우리가 새로 지을 아파트 중에 제일 작은 주택형이 기준이에요
흥부야 혹시 네가 원래 갖고 있던 집이
새아파트의 미니멈 사이즈보다 크니?
그럼 너까진 살려줄게 ^^
이 패자부활전이 바로 최소분양면적의 개념이에요

여기까지 잘 이해됐나요
..이게 이해가 된다고?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사실 상가소유자들에게 아파트를 줄 때도 이렇게 면적 기준을 씁니다
어쨌든 재개발 아파트에 초소형이 껴있다는 건
최소분양면적을 맞춰서 구제해야 할 흥부가 있었다는
그리고 많았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광명뉴타운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여기서 나오는 단지들 분양할 때 잘 보시면
초소형 비율이 유난히 높은 편이거든요
살려줘야 하는 흥부도 많았다는 소리입니다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자 초소형 아파트를 짓는 두 가지 이유 중에 이제 하나 본 거예요 ..^^
두 번째는 놀부들이 제비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경우입니다
얘들은 넓은 집을 좋아해요
새아파트가 10층짜리인데 놀부 7명이 한 층씩 쓰는 거죠
이제 3개층이 남았는데
문제는 이 상태에서 중소형 면적대 의무비율 숫자를 맞춰야 돼요ㅎㅎ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3개층에 최대한 많은 집을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막 잘게 쪼개서 작은 집을 넣어야지 어떡해요
놀부가 다 해먹었는데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이런 이유로 재건축에서도 전용 29㎡, 39㎡ 같은 초소형이 나옵니다
둔촌주공 분양할 때 원래 초소형은 다 미달나고 그랬잖아요
뭐하러 이런 걸 만들었지, 의문 가졌던 분들 계셨을 텐데
이런 이유들 때문이고요
사실 더 많은 사연들이 있지만 그걸 다 소개하면 끝이 없어요
..귀찮아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사실 한때는 집을 엄청 크게 짓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아파트의 평균 면적이 82㎡였을 정도면 어마어마했던 건데
그땐 대형이 대세라고 용인 성복동 이런 데까지 막 지었다가
..10년 넘게 미분양을 못 털었고요

어쨌든 집은 다시 이렇게 중소형화 되는 추세입니다
재미있는 건 1인당 점유면적은 넓어졌어요
아니, 필요한 공간은 커지는데 집은 작아진다는 게 무슨 소리냐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가구 구성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거죠
집에 사람이 덜 살아요
예전엔 3x10이어서 30평이 필요했다면
이젠 2x12여서 24평만 있어도 된다는 거예요

여기 흥부도 조만간 앞자리가 1로 바뀌겠죠
..저는 이미 1.00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의미 있는 변화도 생기고 있긴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초소형이 원래 이렇게 안 좋은데
59㎡도 좁은데…29㎡·39㎡ 아파트 계속 짓는 이유 [전형진의 흥청망청]
이런 식으로 구조도 잘 빼고
계단식으로 설계하는 집들도 생기고 있어요
정말 앞으로도 계속 바뀌어야 돼요
건설사들 혁신해야 합니다
혼자 살아도 화장실 2칸 필요하다니까요
..막혀서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이재형·조희재·정준영·신정아 PD
편집 조희재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