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선수권 출전한 난민 선수 "태권도, 날 이끌었다"

시리아 출신 알 고타니, 64강 탈락 후에도 미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벽 열릴 것"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시리아 출신 난민 선수 에흐야 알 고타니(20)는 태권도를 통해 더 강하고 똑똑한 사람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알 고타니는 30일(현지시간) 대회가 열린 아제르바이잔 바쿠 크리스털홀에서 취재진과 만나 "태권도가 날 다른 단계로 이끌었다"며 "내 꿈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며 (2024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로 가는 기회를 잡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롤 모델은 이대훈 (현 한국 대표팀 코치)이며, 이대훈처럼 성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알 고타니는 8살 때 부모님 손을 잡고 시리아에서 요르단으로 국경을 넘었다.

이후 요르단의 아즈라크 난민 캠프에서 텐트 생활을 하다가 캐러밴으로 옮겼고, 현재 부모님과 형제 여섯(남자 4명, 여자 2명)명은 두 대의 캐러밴에서 생활한다.

알 고타니는 2017년 친구 소개로 태권도 도장을 따라갔다가 태권도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입문 8개월 만에 검은 띠를 땄다.

실력을 키운 알 고타니는 13명으로 구성된 난민 팀에 포함돼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1일 남자 63㎏급에 출전해 64강에서 탈락했으나 미소를 잃진 않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벽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태권도를 통한 난민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조정원 WT 총재는 2016년 비영리단체 태권도 박애재단(THF)을 출범시켰고, 이때부터 아즈라크 캠프에서 태권도 교육이 이뤄졌다.

2018년엔 알 고타니가 훈련한 휴메니테리안 태권도 센터가 건립됐다.

현재는 아즈라크 캠프를 비롯해 마하마, 키지바(이상 르완다), 킬리스, 엘베일리(이상 튀르키예), 파리(프랑스), 티후아나(멕시코), 멀린자(에스와티니) 등 6개 나라 8개 난민캠프에서 난민 어린이를 위한 태권도 교육이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아즈라크는 상징적인 곳이다.

현재 알 고타니의 후배 100여명이 태권도 훈련을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70명의 유단자를 배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