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의 백현, 시우민, 첸이 에스엠을 상대로 전속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왼쪽부터 백현, 시우민, 첸 /사진=한경DB
엑소의 백현, 시우민, 첸이 에스엠을 상대로 전속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왼쪽부터 백현, 시우민, 첸 /사진=한경DB
그룹 엑소(EXO) 백현, 시우민, 첸이 소속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은 SM이 여러 차례에 걸친 정산자료 공개 요구를 거부했고, 후속 전속계약을 통해 17~18년에 이르는 계약 기간을 주장하고 있다며 '노예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SM은 아티스트는 정산 자료를 상시 열람할 수 있고, 재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멤버들이 선임한 변호사들과 함께 협의를 진행했다며 전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티스트를 흔드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현, 시우민, 첸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린의 이재학 변호사는 1일 "아티스트들은 지난 3월 21일부터 최근까지 SM에 모두 7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발송했으며, 이를 통해 투명한 정산자료 및 정산 근거의 사본을 거듭 요청했으나 SM은 끝내 자료 사본을 제공할 수 없다는 부당한 입장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백현, 시우민, 첸은 SM과 12~13년이 넘는 장기간의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엑소의 멤버로서 성실하게 연예활동을 해왔으며 그 기간 동안 SM의 설명만 믿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빙 없이 정산금을 받아왔다고 했다. 이에 최근 대리인을 통해 정산자료 및 정산 근거의 사본을 요구했지만, SM이 끝내 거부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계약기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SM은 종래 12~13년이 넘는 장기 계약을 아티스트들과 체결한 뒤, 이 같은 기간도 모자라 다시금 후속 전속계약서에 날인하게 해 무려 최소 17년 또는 18년 이상에 이르는 장기간의 계약 기간을 주장하는 등 극히 부당한 횡포를 거듭 자행하고 있다"며 "노예계약 맺기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은 이들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매월 아티스트에 대한 정산을 진행하며, 정산 자료 또한 상시 열람이 가능하다고 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 전까지 연 2회·개정 후에는 매월 정산을 진행했고, 정산 자료에 대해서는 아티스트가 원하면 언제든 당사에 내방해 확인하도록 협조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의 이의 제기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SM은 아티스트의 판단에 개입하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아티스트의 의견을 존중해 세 사람의 법률대리인과 합의서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SM이 요구한 것은 '이중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장해 달라'는 것. 그러자 대리인이 돌연 태도를 바꿔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SM은 주장했다.

SM은 "언제든 열람이 가능한 정산 자료임에도 다른 목적을 위해 '사본' 제공을 요구하면서 해지 사유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당사로서는 아티스트의 정산자료 사본이 외부 세력에게 제공되는 것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정산의 근거가 되는 여러 구체적인 활동 내역들이 외부 세력에게 흘러들어갈 경우 아티스트 3인을 제외한 엑소의 다른 멤버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내용과 관련해서는 △표준전속계약서에 의거한 계약이며, △계약 기간 또한 유효성 및 정당성을 대법원에서 인정받았고 △2022년 12월 30일자로 체결한 신규 전속계약의 경우, 멤버 측 대형 로펌 변호사와 함께 세부 조항까지 협의해 완료한 계약이라고 했다.

SM은 "공정거래위원회 및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 및 권고하고 있는 표준전속계약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해당 계약은 엑소의 전 멤버인 황즈타오가 제기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의 소에서 대법원에 의해 그 유효성 및 정당성을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계약상 의무가 없음에도 엑소 멤버들과 2차례에 걸쳐 부속합의서를 체결해 아티스트에게 유리하게 정산 요율을 변경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말 엑소 멤버 7인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재계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멤버들이 선임한 대형 로펌 변호사도 함께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백현, 시우민, 첸이 최근 새롭게 선임한 대리인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신규 전속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외부 세력'을 거듭 언급했다.
엑소 백현·시우민·첸 "노예 계약" vs SM "정산자료 공개했다" [종합]
한편 '외부 세력'으로 과거 MC몽이 사내이사로 있던 빅플래닛메이드엔터(이하 빅플래닛)가 지목됐다. 이와 관련해 SM은 빅플래닛에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하지만 빅플래닛은 "보도에 언급된 아티스트들과 만난 적도 없고, 그 어떠한 전속 계약에 관한 논의나 의견을 나눈 적이 없다"며 "MC몽(신동현)은 현재 당사의 사내이사가 아닐 뿐더러 어떤 직위나 직책도, 운영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한경닷컴 확인 결과 MC몽은 지난해 10월 31일 빅플래닛메이드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다만 현재 이 회사의 대표는 MC몽과 오랜시간 호흡해 온 작곡가 박장근이다.

빅플래닛은 SM으로부터 대표이사 명의의 내용증명을 받았다면서 "타 엔터사의 내부 계약 상황을 관련 없는 본사와 결부시킨 의도가 무엇인지 유감을 표하며 계속 이와같이 주장할 시에는 강경하게 법적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