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2대 주주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은 한국의 상속세율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일각에서도 상속세 완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세제 개편이 추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60% 상속세율'에 경영권 위협받는 기업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작년 2월 별세한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의 지분 물납을 통해 넥슨 지주회사인 NXC 지분 29.3%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다. 물납으로 인해 김 창업자의 배우자 유정현 이사와 두 자녀 등 유족이 보유한 지분은 98.64%에서 69.34%로 줄었다. 유 이사의 지분은 34%로 기존과 동일하고 두 자녀의 지분만 각각 31.46%에서 16.81%로 감소했다.

유 이사와 두 자녀는 작년 9월 김 창업자 명의의 NXC 지분 196만3000주(67.49%)를 상속받았다. 상속 이전 NXC 지분 29.43%를 갖고 있던 유 이사는 지분이 34%로 늘어 NXC 최대 주주가 됐다. 0.68%씩 보유하던 두 자녀는 상속을 통해 각각 31.46%를 보유하게 됐다. 상속된 NXC 주식 대부분이 두 자녀에게 돌아간 셈이다. 물납된 NXC 지분도 두 자녀 보유분이다.

기재부는 이번에 상속받은 주식은 국세청의 가치평가가 확정되는 대로 매각할 계획이다. 상속·증여세 명목으로 받은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위탁 관리한다. 게임업계는 유족이 보유한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지분이 매각되더라도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넥슨과 같은 사례는 극히 소수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상당수 기업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지분을 매각한 뒤 경영권을 상실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부터 5년간 6회에 걸친 연부연납으로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7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상속세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는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피상속인의 유산 자체를 대상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를 상속인 개개인이 물려받은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산취득세 제도로 바뀌면 상속인이 많을수록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유동수·송기헌 의원은 지난 4월 토론회를 열어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에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히면서 정부는 올해 유산취득세 도입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세제개편안에 상속·증여세 개편안을 담는다고 얘기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상속세율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해 9~10월 경제학자 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속·증여 세금을 폐지하고, 자산 처분 시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는 방안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강경민/이승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