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17개국 정상 및 장관, 태평양도서국포럼 사무총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17개국 정상 및 장관, 태평양도서국포럼 사무총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태평양이라는 광활한 바다에서 한배를 탄 이웃인 한국과 태평양도서국이 공동 번영을 위해 힘차게 항해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 앞머리 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 태평양도서국 정상들은 안보, 기후 변화 대응, 해양, 무역 및 투자, 관광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행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 한국에서 처음 열린 다자 정상회의다. 윤 대통령은 “오늘 회의는 양측 협력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의에는 마크 브라운 쿡제도 총리와 타네티 마아마우 키리바시 대통령, 달튼 타겔라기 니우에 총리, 수랭걸 S 휩스 주니어 팔라우 대통령,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 데이비드 카부아 마셜제도 대통령,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 시아오시 소발레니 통가 총리, 카우세아 나타노 투발루 총리, 이스마엘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 모에테 브러더슨 프렌츠 폴리네시아 대통령, 루이 마푸 뉴칼레도니아 대통령 등 12명의 정상급이 참여했다. 5개국에서는 장관급 인사가 참석했다.

한국과 태평양도서국들은 한국이 태평양도서국포럼(PIF) 대화 상대국으로서 협력을 강화하고 상호 외교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내용의 정상선언문을 채택했다. 태평양도서국은 지리적 위치와 풍부한 어족 및 광물자원 때문에 최근 미국과 중국이 앞다퉈 손을 내밀 정도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지역이다.

한국은 기후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 태평양도서국을 위해 재정 및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적개발원조(ODA)도 2027년까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3990만달러로 늘리기로 약속했다. 한국은 경제 개발 성공 노하우를 태평양도서국과 공유하고, 이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전문가 양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선언문에는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과 태평양도서국 정상들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며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평양도서국 정상들은 윤 대통령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태평양도서국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 기후 변화, 자연재해, 식량, 보건, 해양·수산 위기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PIF 의장국인 쿡제도의 브라운 총리는 “이번 회의를 통해 한·태평양도서국 관계를 정상급 관계로 격상했다”며 “협력을 증진해 더 평화롭고 번영된 태평양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도서국은 한국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신청을 환영했다. 태평양도서국 중 11개국은 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카부아 마셜제도 대통령은 이날 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부산 엑스포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마셜제도 외에 쿡제도, 솔로몬제도, 니우에, 팔라우 정상과 연쇄 양자 회담을 했다. 지난 28일 5개국 정상과의 회담을 포함하면 10개국 정상과 회담한 셈이다. 브라운 총리와는 자원 개발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소가바레 총리와는 한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수력발전소 사업 등을 논의했고, 타겔라기 총리와는 양국 간 수교 시작에 대해 대화했다. 휩스 대통령에게는 한국 기업이 팔라우 인프라 사업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