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한국 관객 만난 미카 "열일곱 소년처럼 설렜다"

서울재즈페스티벌 첫날 헤드라이너 출연…"7년의 잠에서 깬 기분"
4년 만에 4개 무대 오픈…재즈·팝·힙합 아우른 음악의 향연

"솔직히 말할게요.

오늘 무대 오르기 전에 17살 소년이 된 것처럼 긴장되고 설렜습니다.

다시 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 미안해요.

"
'떼창 공연'의 원조 격인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미카가 2016년 이후 7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났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첫째 날 간판 출연자(헤드라이너)로 올림픽체조경기장 무대에 오른 미카는 긴 기다림 끝에 만난 한국 관객을 보고 "다시 돌아와 정말 행복하다"며 벅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무대 위 피아노에 어린아이처럼 누워서 등장한 미카가 이날 마이크를 잡고 뱉은 첫 단어는 "7년"이었다.

한국 관객과 만나지 못한 이 기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차 강조하며 "7년을 자고 일어난 기분"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에서는 누구보다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진심이 느껴졌다.

그 못지않게 이날을 기다려 온 팬들도 양손에 금색 제기 응원 도구를 들고 열띤 환호와 '떼창'으로 화답했다.

'롤리팝'(Lollipop), '빅 걸'(Big Girl) 등 미카 특유의 밝고 에너지 넘치는 노래가 체조경기장에 울려 퍼지자 1만여명의 관객이 입을 모아 미카의 '행복 주문'을 따라불렀다.

2007년 데뷔곡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로 혜성처럼 등장한 미카는 '빅 걸', '해피 엔딩'(Happy Ending), '롤리팝', '위 아 골든'(We Are Golden) 등으로 세계 팝 시장을 강타한 싱어송라이터다.

2000년대 후반부터 국내 TV 광고에 미카의 음악이 대거 사용되며 한국에도 이름을 알렸다.

발랄하고 편안한 멜로디와 따뜻한 가사,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개성 넘치는 음색으로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미카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예정됐던 국내 공연이 무산됐던 일을 두고 "당시 서울 공연은 내가 팬데믹 때문에 취소해야 했던 첫 공연이었다"고 회상하며 감정이 벅차오른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어 "7년 만에 만난 여러분은 그 전보다도 더 멋진 관객이 됐다.

이전 공연을 취소해서 미안하다"고 진심을 전한 그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미카는 그간 보지 못했던 관객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은 듯 공연 중 두 차례나 스탠딩석으로 뛰어들어 관객과 호흡했다.

미카가 스탠딩석 사이에 설치된 펜스도 넘어 완전히 관객 틈에 섞여 노래를 부르자 예상치 못한 이벤트에 객석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2009년 첫 내한 공연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던 미카는 대표적인 '떼창 유발자' 중 하나로 불리기도 한다.

앞선 내한 공연에서 한국 관객 특유의 열띤 '떼창'의 맛을 본 미카는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키워왔다.

이날 공연에서도 팬들은 그간 쌓여왔던 갈증을 풀듯 목을 아끼지 않는 완벽한 떼창으로 미카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투모로우'(Tomorrow)와 '언더워터'(Underwater) 등 고음을 요구하는 곡까지 정확한 음정으로 관객이 따라부르자 미카의 얼굴은 땀만큼이나 행복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공연 내내 온 몸을 던져 노래하고 춤추다가도 연신 터져 나오는 행복한 웃음을 감추지 못하던 미카는 대표곡 '위 아 골든'을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선사하며 7년 만의 재회의 밤을 마무리했다.

이날 미카가 공연한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재즈부터 팝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음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국내 대표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다.

지난해 팬데믹 이후 3년 만의 대면 행사로 관객과 만났으며, 올해에는 4개의 무대로 규모를 키워 찾아왔다.

첫날인 이날은 미나 오카베, 타이 베르데스 등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무대부터 이진아, 폴킴, 크러쉬, 악뮤 등 국내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관객들은 야외 무대 '메이 포레스트'와 88호수 수변무대에 마련된 '스프링 가든', 실내 공연장인 '핑크 애비뉴'(SK핸드볼경기장)와 '스파클링 돔'(올림픽체조경기장) 등 4개 무대를 오가며 재즈부터 힙합, 록, 클래식, 팝 등 다채로운 음악을 즐겼다.

둘째 날인 27일에는 '보사노바의 제왕'으로 불리는 브라질 출신의 거장 음악가 세르지오 멘데스의 무대가 이어지며 태양, 에픽하이, 이승윤 등 국내 아티스트의 공연도 펼쳐진다.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아일랜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데미안 라이스가 간판 출연자로 나서며 래퍼 빈지노, 가수 샘킴, 정승환 등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에 처음 내한하는 미국의 유명 밴드 에이제이알(AJR)이 마지막 공연자로 무대에 올라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