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서 공연…7월 뉴욕 링컨센터서 해외 첫선
지난해 초연 이어 두 번째 공연…절도 있는 남성군무 '죽무' 추가
펄럭이는 소맷자락 사이 칼군무…새로운 전통 만들어낸 '일무'
선명한 주황색 무관 의상을 입은 무용수 18명이 일렬로 서서 손에 쥔 검을 차례대로 어깨너머로 돌린다.

민첩한 움직임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칼군무를 만들어내는 순간, 넓은 소맷자락이 펄럭이며 주황색 파도를 일으킨다.

종묘제례악의 의식 무용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서울시무용단의 '일무'(佾舞)가 지난해 5월 초연 때보다 더 과감해진 연출로 돌아왔다.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일무'가 첫 공연날 오후에 열린 프레스콜에서 전막을 시연했다.

초연 때와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의상이다.

1막에서 추는 '정대업지무'의 암적색 의상은 주황색으로 바뀌어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전통의상에서는 보기 드문 색상인 주황색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게 했다.

여기에 짙은 남색의 검과 허리띠가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간간이 무대에 색감을 더했다.

펄럭이는 소맷자락 사이 칼군무…새로운 전통 만들어낸 '일무'
이에 앞서 1막을 여는 '전폐희문지무'의 의상도 남색에서 흰색으로 바뀌었다.

비교적 느린 춤사위로 시작되는 춤은 조명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는 의상 덕분에 더 경건한 느낌을 줬다.

한해를 무탈하게 살게 해준 조상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계속 잘 보살펴달라는 의미를 담은 춤인 일무의 정신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일무'는 패션디자이너로 유명한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정구호가 연출과 디자인을 맡은 작품으로도 눈길을 끈다.

초연 때 정구호는 "전통의 색을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작품을 소개했지만, 두번째 공연에는 보다 과감한 시도로 전통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극의 구성도 3막에서 4막으로 크게 바뀌었다.

일부 춤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3막에 '죽무'를 새로 추가했다.

'죽무'는 절도 넘치는 남성 군무로 대나무처럼 수직으로 여러 개 세워진 흰 장대 사이에서 펼쳐진다.

전통춤보다는 현대무용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안무로 4막의 '신(新)일무'로 가는 연결통로 역할을 한다.

빠른 속도의 몸 회전과 휘몰아치는 듯한 팔의 움직임, 위아래로 강하게 뛰어올랐다 내려오는 연속 동작이 강렬한 힘을 보여준다.

펄럭이는 소맷자락 사이 칼군무…새로운 전통 만들어낸 '일무'
이 밖에 버드나무 가지의 꾀꼬리 모습을 보고 만든 춤으로 전해지는 2막의 '춘앵무'는 초록색 의상에 폭이 넓은 흰 소매를 살랑거리는 움직임으로 우아함을, 4막에서는 감각적으로 창작된 현대적인 안무가 촘촘하고 빠르게 펼쳐지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줄지어 추는 춤이란 뜻의 '일무'는 무엇보다 50여명 무용수의 칼군무로 탄성을 자아냈다.

천천히 허리를 굽히는 각도, 빠르게 몸을 돌리는 속도가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딱 맞아떨어졌다.

또 어떤 순간에도 자로 잰 듯 대칭을 이루는 안무의 균형감이 빼어나다.

'일무'는 오는 7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첫 해외 공연을 한다.

링컨센터가 주최하는 여름 축제 '서머 포 더 시티'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예술 특집 페스티벌 '코리안 아츠 위크' 프로그램 중 하나로 참여한다.

펄럭이는 소맷자락 사이 칼군무…새로운 전통 만들어낸 '일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