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기념 간담회…"'법고창신' 뜻 이어 이상-현실 구현할 길 찾을 것"
"잡지 위상 변화 등 '도전'…뉴미디어 연결, 젊은 독자 소통 등 고민"
200호 펴낸 '창작과비평'…"찬찬히 들여다보는 '슬로매체' 역할"
"'슬로(slow) 매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박자 쉬어가면서 곱씹어 보고 혹여 놓치거나 가라앉은 부분도 갈무리할 수 있죠."
계간 '창작과비평'의 황정아 편집부주간은 2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열린 200호 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종이 잡지 시장의 변화와 한계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패스트(fast) 매체'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하는 역할도 중요하다는 뜻에서다.

1966년 창간 이래 다양한 한국 문학과 사회 담론을 논한 '창작과비평'이 200호를 내놓았다.

한때 대학생, 지식인들이 품에 안고 다녔던 잡지는 1970∼80년대 판매금지 처분, 강제 폐간, 출판사 등록 취소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57년이 지나서야 200번째 공론장을 만들 수 있었다.

이남주 편집주간은 "문예와 정론을 겸하는 비판적 종합지로서 200호까지 맞이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며 "그간 한국 사회 전환을 위한 담론 발신의 장을 추구해왔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 편집주간은 '창작과비평'이 걸어온 길과 향후 나아갈 방향을 '법고창신(法古創新)', 네 글자로 정의했다.

그는 "한글로는 '한결같되 날로 새롭게'라는 뜻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의 변화, 사람들의 감수성 변화 등에 맞춰 이상적인 것과 현실을 결합해 구현할 길을 찾겠다는 취지를 잇고 있다"고 말했다.

200호 펴낸 '창작과비평'…"찬찬히 들여다보는 '슬로매체' 역할"
그러면서 "2016년 (창간) 50주년 이후 '대전환'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여겨왔다.

이상주의적인 방향 제시에 그치지 않고 대전환을 위한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담론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아 편집부주간은 문학이 갖는 역량과 변화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황 편집부주간은 "문학은 일종의 '코먼스'(commons) 즉, 공동 영역이라는 믿음이 있다.

공동체 구성원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공동체 문명의 토대를 구축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생태 위기, 자본주의 위기 등 현실적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다음을 생각하는 이행의 문학을 지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연 편집부주간은 페미니즘, 소수자 문제 등을 거론하며 "한국 사회의 중요한 흐름이나 담론을 생동감 있게 충분히 다 담아내지 못했을 수 있지만, 다각도로 시간을 들여 숙고하며 들여보려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이런 부분을 구체화하는 게 숙제"라고 덧붙였다.

200호 펴낸 '창작과비평'…"찬찬히 들여다보는 '슬로매체' 역할"
일각에서는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종이 잡지의 효용이 그대로 이어질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도서출판 창비에 따르면 '창작과비평'은 최근 20년간 약 1만부의 발행 부수를 유지하고 있다.

정기 구독자는 약 5천명 수준이나, 최근에는 종이책 없이 전자 구독만 신청하는 경우도 2천∼3천명 정도다.

이 편집주간은 "잡지가 가진 아우라(aura)가 약해졌고 독서 방식도 상당히 바뀌면서 우리도 '심각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이 잡지를 발간하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작과비평'은 글을 받아서 전달하는 역할이 아니라 편집위원이 기획·검토·평가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종의 지식 공동체 작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다만 일련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잡지와 뉴미디어를 어떻게 연결할지, 잡지 내에서는 젊은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등 접근성을 높일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비 측은 올해 '창작과비평' 200호를 기념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번 호에 실린 특집 인터뷰 4편은 유튜브 계정에서 공개할 계획이며, 6월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그간의 궤적을 톺아볼 수 있는 전시를 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