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쌍방향 투자로 윈윈…반도체·에너지 공급망 협력 강화하자"
“윤덕민 주일 한국 대사,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공부 모임을 함께할 정도로 친밀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 등 같은 세대 보수계 정치인들과도 교류해왔습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18일 도쿄 가스미가세키 경제산업성 본청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을 ‘지한파(知韓派)’라고 소개했다. 차세대 일본 지도자 가운데 한국에 가장 강경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재지정,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점검 등 한국과 직결된 문제에서 날을 세우는 듯한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한국에 대한 친밀감과 별개로) 정책은 정책으로서 법률에 의거해 하나씩 판단해나가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년간 두 나라의 경제관계는 어떻게 변했다고 봅니까.

“한·일 관계가 냉각된 지난 4년 동안에도 기업 간의 비즈니스는 매우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저만 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몇 차례 비공식적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일본에는 경쟁력 있는 소재·장비 기업이 있고, 삼성전자 같은 한국 대기업들은 이 기업의 제품을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메이커를 시작으로 다양한 일본 기업들이 한국 반도체를 구입합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이렇게 ‘한·일 공급망’이 갖춰져 있습니다.”

▷한·일 반도체 공급망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오늘(18일)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총리관저를 방문해 일본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고, 한국 기업도 이런 형태(삼성전자의 일본 R&D센터 설립)로 일본에 투자하는 쌍방향 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도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다른 반도체 기업도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까.

“아직 구체적인 제안을 받지는 못했지만 제안이 있다면 일본과 관계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 전체적인 맥락에서 판단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쌍방향 투자, ‘윈윈 관계’를 희망합니다.”

▷일본산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작년 11월 설립된 라피더스는 삼성전자와의 ‘치킨게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봅니까.

“삼성전자, TSMC와 경쟁하고 싸워나가야 하는 부분도 어쩔 수 없이 존재합니다. 라피더스는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협력할 부분도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이 최근 자금조달을 위해 해외 기업의 출자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기업이 라피더스에 출자하는 것도 가능한가요.

“동맹국으로서 폭넓은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라피더스의 자금조달과 관련한 논의가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 아닙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액화천연가스(LNG) 공동 구입 등 두 나라가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2~3위 LNG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이 합치면 세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소비 대국입니다. 일본 최대 발전회사인 제라(JERA)와 한국가스공사가 LNG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습니다.”

▷탈석탄화와 관련해서도 한·일 협력이 가능할까요.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 정책은 수소와 암모니아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GS에너지와 미쓰이물산의 아랍에미리트(UAE) 공동 프로젝트, 한국전력과 이데미쓰의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등 한·일 기업 간에 다양한 협력이 진행 중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시찰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전문가들이 방문 중입니다.

“오염수 저장탱크가 얼마나 차 있고,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오염수를 어떻게 기준 이하로 희석하는지 정성껏 설명하겠습니다.”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 그룹에는 한국인 전문가도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의 시찰단이 따로 검증하는 것은 중복입니다. IAEA에 국제기구로서 책임감을 갖고 안전성을 평가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스타트업이 일본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라인이 모든 일본인이 사용하는 SNS로 정착한 데서 보듯 한국에는 스타트업과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는 기업이 매우 많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환영합니다.”

▷스타트업에서도 한·일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일본 스타트업이 나오면 한국에도 자극이 될 겁니다. 두 나라가 서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학문이나 인격을 갈고닦음)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길 기대합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