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코믹 캐릭터…"단발머리 가발 썼더니 '이거야!' 소리 들었죠"
칸 초청작 '탈출' 주지훈 "코미디 연기가 제일 어려워요"
"저는 지금도 코미디 연기가 제일 어려워요.

근데 아무리 잘해도 상도 안 주잖아요.

하하."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를 찍고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렵다고 고백했던 배우 주지훈은 11년 후 주연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촬영을 마친 후에도 똑같은 감상을 내놨다.

'탈출'은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22일(현지시간)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주지훈은 다리 위에 고립된 채 살상용 군견 떼 습격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유일한 코믹 캐릭터 조박을 연기했다.

이날 시사회 후 만난 그는 "거의 모든 영화인이 동의할 텐데, 코미디 연기가 가장 박한 평가를 받는다"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서 의도에 맞게 연기해야 해 어려운데, 노력한 티도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주지훈이 맡은 조박은 소위 '양아치'에 가까운 레커차 기사다.

주유소 직원인 척 정원(이선균 분)을 속이고 기름값을 받아내려고 하고, 단순히 돈을 받기 위해 대교 위 사고 현장을 찾는다.

생사가 촌각에 걸린 상황에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를 쏟아내기도 한다.

"어릴 적 봤던 주유소에서 일하던 형들, 가스 배달하던 형들이 그 시대에 자기를 표현하던 방식을 많이 따라 했어요.

외모도 많이 참고했죠. 단발머리 가발을 딱 쓰고 나왔더니 촬영 감독님께서 '이거야!'하고 소리치시곤 사진을 막 찍으셨어요.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
칸 초청작 '탈출' 주지훈 "코미디 연기가 제일 어려워요"
조박이 주는 또 다른 웃음 포인트는 그가 한 몸처럼 데리고 다니는 강아지 조디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캐릭터 같지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도 가방 안에 조디를 꼭 품고 있다.

촬영 때에는 조디가 스트레스받거나 아플 것을 배려해 그와 똑같이 생긴 인형을 안고 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탈출' 배우들은 이처럼 실제론 없는 것들을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사나운 개떼를 비롯해 무너져 내리는 대교, 추락하는 헬기 등은 모두 컴퓨터그래픽(CG)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주지훈은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 '신과 함께' 시리즈를 통해 이 같은 환경을 경험한 만큼 조금은 연기하기가 수월했다고 말했다.

"사실 요즘에는 그런 어려움이 안 따르는 작품이 없잖아요.

CG 없이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건 '놀란 형'(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정도 말곤 없으니까요.

게다가 저는 '신과 함께'에서 덱스터스튜디오랑 작업을 해봤기 때문에 신뢰도 있었고요.

큰 의심 없이 연기했어요.

"
다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개들의 모습이 얼마나 구현될지는 그 역시 의문부호가 따랐다고 한다.

이날 시사회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본 주지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짜 기술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만족해했다.

칸 초청작 '탈출' 주지훈 "코미디 연기가 제일 어려워요"
주지훈은 앞서 '공작'(2018)으로도 칸영화제에 초청돼 세계 팬들에게 가장 먼저 영화를 선보인 경험이 있다.

그는 "아무래도 한번 해봐서인지 칸의 레드카펫이 어색하지는 않았다"며 웃었다.

"지난번에는 세계 3대 영화제라는 타이틀이 주는 힘 때문에 되게 떨렸거든요.

이번엔 그러지는 않았어요.

대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번도 칸영화제에 초청받지 못한 배우들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이곳에 오는 게 배우로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더 깊게 깨달았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