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의 1960년대작 '그림 그리는 소녀들'. 케이옥션 제공
박수근의 1960년대작 '그림 그리는 소녀들'. 케이옥션 제공
꼭 돈이 많아야 미술품 경매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경매 전 출품작들을 전시하는 ‘경매 프리뷰’는 대개 무료다. 출품작 중 주요 고가 작품들을 엄선해 거는 만큼 전시 수준도 웬만한 미술관 못지않다.

지갑이 두툼하지 않은 미술 애호가들도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이 5월을 맞아 각각 여는 경매를 주목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케이옥션은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한 김환기의 대규모 회고전에 발맞춰 김환기 작품들을, 서울옥션은 이달 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막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1970’ 전시에 발맞춰 이승택 김구림 이강소 이건용 등의 작품을 간판으로 내세웠다.
케이옥션 김환기, 서울옥션 실험미술…경매 나온 거장들
케이옥션 경매는 오는 31일 오후 4시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열린다. 총 105점, 약 77억원어치 작품이 새 주인을 찾는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박수근의 1960년대작 '그림 그리는 소녀들'이다. 그림 속에는 소녀들이 10명이나 등장하는데, 이렇게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박수근 작품은 많지 않다. 20주기 기념전과 30주기 기념전에 모두 출품됐던 작품으로 추정가는 2억8000만원에서 4억원이다.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3점도 눈에 띈다. 1967년작 '무제'(2억~4억원)는 1970년대 전면점화가 완성되기 전 작품이다. 바탕에 푸른색을 엷게 바른 후 점을 찍었다. 1970년대 점화 '무제'(7000만~2억원)는 한지에 유채로 그린 작품으로, 서정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이 매력적이다.
김환기의 1967년작 '무제'(2억~4억원). 케이옥션 제공
김환기의 1967년작 '무제'(2억~4억원). 케이옥션 제공
윤형근, 이우환, 김창열 등 '경매시장 단골'인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도 어김없이 출품됐다. 해외 미술에서는 아모아코 보아포, 우고 론디노네, 줄리안 오피, 아야코 록카쿠 등의 작품과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요시토모 나라의 판화 작품 등이 나왔다. 고미술에서도 겸재 정선의 '산수인물도'(5800만~8000만원)을 비롯해 수작이 즐비하다. 출품작은 오는 31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프리뷰 기간 중 휴일은 없으며, 오전 10시 30분에서 오후 6시 30분까지 작품을 볼 수 있다.

전날인 30일에는 서울옥션 경매가 열린다. 총 80점, 약 68억원 상당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번 경매의 특징은 '한국 실험미술' 섹션을 별도로 마련했다는 점이다. 1960~1970년대 국내에서 실험미술 움직임을 주도한 이승택, 김구림, 이강소, 심문섭 등의 작품이 해당한다.
케이옥션 김환기, 서울옥션 실험미술…경매 나온 거장들
이우환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 거장들의 작품도 서울옥션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는다. 김환기의 10호 크기 '산월'(3억6000만~5억원), 유영국의 'Work'(2억2000만~4억5000만원), 장욱진의 '새와 아이'(1억5000만~3억원) 모두 매력적인 작품들이다.
케이옥션 김환기, 서울옥션 실험미술…경매 나온 거장들
이 밖에도 봄을 맞아 아야코 록카쿠의 원화, 이왈종, 김종학, 도상봉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프리뷰 전시는 30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 5~6층에서 누구나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프리뷰 전시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