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매수' 혐의 사르코지 전 佛대통령, 2심서도 유죄

고등법원, 집유 2년 포함한 3년형 선고…1년은 수감 대신 가택연금

판사 매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니콜라 사르코지(68) 전 프랑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파리 고등법원은 이날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1심과 동일한 집행 유예 2년을 포함한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법원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지 않고 전자팔찌를 착용한 채 1년간 가택 연금하고, 3년간 공직을 금지한다는 판단도 그대로 유지했다.

2007∼2012년 재임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현직 대법관에게 자신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와 관련한 내부 기밀을 알려주는 대가로 일자리를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법당국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정황을 수사하고 있었다.

당국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휴대전화를 도청했고, 그 과정에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자신의 변호사 티에리 에르조그와 소통하는 차명 휴대전화의 존재를 발견했다.

이후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에르조그가 주고받은 통화 내용 등을 근거로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에르조그, 질베르 아지베르 전 대법관 등을 부패와 권력 남용 등으로 기소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열린 항소심 재판 첫날 "그 누구에게도 뇌물을 준 적이 없다"며 무죄를 호소했으며 자신을 "사생활 침해의 피해자"라고 표현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결과를 듣고 나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법정을 떠났고, 그의 변호인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여러 송사에 휘말려왔으나,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2012년 재선에 도전하면서 영수증을 위조해 불법 선거 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2021년 9월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고, 올해 11월 2심을 앞두고 있다.

2007년 대선 전에는 지금은 숨진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58년 프랑스에 제5공화국이 출범한 이래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우파 공화당 출신인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여전히 정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그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 앞서 2019년 별세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2011년 과거 파리시장 시절 측근을 위장 취업시키고 공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