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허정민 /사진=한경DB
배우 허정민 /사진=한경DB
배우 허정민이 이틀째 드라마 캐스팅 관련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허정민은 17일 "10년 전 이맘때 KBS 드라마 미니시리즈 대본 리딩실을 기쁜 마음으로 뛰어갔다. '이 드라마로 빚을 갚겠다. 성공하겠다. 내 꿈이 이제 이뤄진다' 했지만 3층 복도에서 낯선 사내가 나와 고배우의 뒷덜미를 붙잡고 구석 골방에 끌고 갔었고 '내가 이 드라마 제작 회사 대표인데 내가 잠깐 해외에 출장 갔을 때 너희 같은 놈들을 감독 마음대로 캐스팅해서 열이 뻗친다'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손때 묻은 대본, 고배우의 대본을 그 자리에서 뺏더니 '이거는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나중에 잘 돼서 다시 오라' 하는데 내 역할은 나중에 보니 아이돌이 하더라"고 주장했다.

그는 "힘이 없던 고배우와 나는 KBS 옆 술집에서 엉엉 울며 술만 냅다 들이켰다. 대표라는 놈한테 대본을 뺏기지 않으려는 고배우의 손떨림을 잊지 못한다"면서 "10년이 지났는데 솔직히 나의 작은 돌멩이가 이렇게 크게 될 줄 몰랐다. 하루종일 어리둥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하소연 좀 하려고. 적당히 좀 해라. 제발. 그 고배우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배우가 됐고 난 나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허정민은 KBS2 새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 캐스팅 불발 소식을 전하며 작가의 개입으로 돌연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달 동안 준비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허정민 배우 싫다고 까버리신다"며 "깔 때는 적절한 해명과 이유, 사과가 있어야 하는 거다"고 폭로했다.

이에 '효심이네 각자도생' 측은 "김형일 감독과 허정민 배우가 지난 3월 말 단 한 차례 미팅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제작진 논의 결과 극 중 캐릭터와 배우의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2주 후인 지난 4월 중순 매니지먼트에 위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 출연 불발 관련, 작가는 캐스팅에 전혀 관여하지 않음을 밝히며, 배우 본인의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허정민은 "정리를 하자면 처음에는 캐스팅이 됐는데 작가님의 개입은 없었고 그냥 제작진의 판단으로 캐스팅을 무산시킨 거고 저는 뒤늦게 통보를 받고 XX놈처럼 글 올리고 난리 블루스를 친 거네요"라며 "드라마의 성공을 기원하며 저는 이만 물러나겠다. 제작진의 깊은 유감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재차 드라마 캐스팅 문화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