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력, 가짜 이력' 조지 산토스(34) 미국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이 사기, 돈세탁, 공금 절도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10일(현지시간) 산토스 의원의 각종 사기 의혹을 조사해 온 뉴욕 동부연방지방검찰청은 13개 혐의로 그를 기소하고, 이날 오전 체포됐지만,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50만달러(한화 약 6억6100만원)의 보석금을 조건으로 산토스를 석방했다.

공소장에는 산토스 의원이 선거자금을 유용해 명품 옷을 사고 자동차 할부금을 납부하며 카드빚을 갚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가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선거자금을 유용하면서 영수증 첨부 등 제대로 비용 증빙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라크 전쟁 참전 병사와 군견을 위한 모금액을 횡령하고 학력을 위조하는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더불어 연방 검찰은 FBI, 나소카운티 지방검찰청과 함께 산토스가 부유한 기부자 2명 사이에서 1900만달러(약 251억원) 상당의 초호화 요트를 중계한 역할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증권거래위원회는 대규모 사기 혐의를 받는 하버시티캐피털을 위해 산토스가 한 일에 대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고, 수표 사기 혐의로 브라질에서 별도의 혐의를 받고 있다.


브라질 이민자 2세인 산토스는 지난해 11월 뉴욕주 롱아일랜드와 뉴욕시 퀸스 일부가 포함된 연방하원 제3선거구에서 승리해 공화당 소속으로는 연방의원에 당선된, 첫 공개 동성애자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산토스가 자신의 이력과 학력 등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개인 재산뿐 아니라 선거 자금 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혈통과 가족, 학력과 경력은 물론 선거 과정에서 공개한 재산과 소득, 자산 역시 모두 거짓이라는 것.

바루크칼리지를 나왔다는 본인 주장과 달리 대학을 아예 나오지 않았고,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에서 일했다는 이력 역시 허위로 드러났다.

유대인 혈통이며 조부모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로부터 겨우 탈출했다는 주장은 거짓이었고, 동성애자임을 강조했지만, 과거 여성과 결혼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숨기면서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후 산토스는 집중 조사를 받았고, 뉴욕 동부연방지방검찰청은 수개월 동안 산토스의 관련 혐의를 수사했다.

산토스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법원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난 마녀사냥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내 자신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토스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산토스가 범죄로 유죄 판결받더라도 의원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며 "하원 의원의 3분의 2가 그를 제명하기 위해 투표할 경우에만 해임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캘리포니아의 케빈 맥카시 하원의장은 산토스가 유죄 판결받으면 사임을 요구하겠지만, 그 이전에는 그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맥카시는 "이미 산토스에게 의원직 사퇴를 요청했지만, 그가 과거에 기소된 다른 의원들처럼 혐의에 맞서 싸울 권리는 있다"고 말했다.

산토스의 변호인은 이날 기소인부절차에서 선거운동을 위해 뉴욕과 워싱턴 외에 다른 지역에도 이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 산토스가 재선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